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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6개월 시한부 아빠의 하루
[[제1503호]  2016년 5월  7일]

비교하는 한 행복할 수 없다. 위에만 쳐다보며 절망하지 말고 아래만 쳐다보며 교만하지도 말자. “길면 6개월 삶, 40대 아빠 3, 2 살배기 자녀와 놀이동산에서 애틋한 추억 만들기” 이 정도면 대충 무슨 이야기가 전개될지 짐작이 갈 것이다. 2015. 10. 16 오후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에버랜드 놀이공원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아빠가 아픈지도 모르는 아이들… 회전목마를 타며 연신 “아빠, 아빠” 이동식 침대에 누운 아빠는 엷게 미소를 지었다. “좋아. 좋아요. 좋습니다.” 시한부 신경암환자 박상은 씨(44)와 딸 현주(가명 3), 아들 영수(가명 2)가 찾아온 것이다. 박 씨의 아버지와 누님들, 조카 그리고 병원 측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도 함께 왔다. 박 씨는 얼마 전 병원에서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이란 시한부 생명의 선고를 받았다.

박 씨가 겪는 병은 신경종양이다. 신경에 종양이 생기는 유전성 질환인데 1000명 당 한 명이 걸리는 희귀병이다. 이 날 박 씨는 이동식 침대에 누운 상태였다. 171cm 키에 50kg의 체중이었다. 종양덩어리가 튀어나와 살갗이 울퉁불퉁해졌다. 이 날 박 씨는 두 아이가 회전목마 타는 것을 지켜봤고 가을꽃이 활짝 핀 화단에서 자녀들과 사진도 찍었다. 아이들은 어려서 아빠가 아프다는 것도 몰랐다. 아이들은 사촌누나 품 안에서 목마를 타며 “아빠, 아빠”하며 손을 흔들었다. 박 씨 누나는 동생이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해서 바깥나들이는 4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수원에 있는 병원에서 용인시 에버랜드는 30분 남짓한 거리 그러나 앰뷸런스 안에서 박 씨는 구토를 수차례 했다. 그래서 점심도 못 먹고 누워서 아이들이 먹는 모습만 바라봐야 했다.

신경암은 일반 암과 달리 전이가 20-30년 간 서서히 진행된다. 10살 때 배가 아파 병원을 찾은 박 씨는 “종양이 될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지만 평생 배의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게 화근이었다. 경기도 화성시 파이프 공장에서 일하던 지난 2008년 갑자기 병세가 악화돼 본격적인 투병을 시작했고, 그 며칠 뒤 더 이상 고통을 참을 수 없어 수원시 가톨릭대학교 성 빈센트병원 호스피스 병동을 찾았다. 아내와는 별거 중이고, 아이들은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둘째 누나 애자 씨(55)가 돌보고 있다. “큰딸과 작은아들이 있는데 … 아이들을 놀이동산 한번 못 데리고 간 게 제일 아쉬워요. 죽기 전에 아이들과 놀이공원에 한번 가보고 싶어요.”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막 입원한 환자와 초기 상담을 하는데 상담을 맡은 병원 간호팀장 강이진 페트라 수녀에게 간곡한 부탁을 한 것이다. 수녀님이 에버랜드에 연락을 했고 에버랜드에서 특별 초청을 한 것이다. 두 아이는 사촌들과 함께 회전목마를 탔고 박 씨는 이동식 침대에 누워 두 아이를 바라봤다. 있는 힘을 다해 아이들을 쳐다봤고 ‘예, 아니오’ 등 단답형 대답만 할 수 있었다. 박윤정 주치의는 평소에도 과묵해 말이 없었는데 여기 오기 일주일 전부터 “기대된다”고 말하며 식사도 열심히 했고 표정도 많이 밝아졌다고 했다. 두 아이는 누워있는 아빠는 안중에도 없이 ‘이솝우화’의 공주와 왕자처럼 길거리 행렬에 눈길을 뺏겼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박 씨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담당 간호사는 입원 이후 웃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고 말했다.

누나 박애자 씨는 계속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동물원으로 동물들을 보러가는 마지막 코스에 박 씨는 동행하지 못했다. 차가 좁고 덜컹거리기 때문이다. 얼룩말 모양의 디자인으로 꾸며진 차를 보는 순간 아이들은 신이 났다. 박 씨는 아무 말 없이 아이들을 지켜보았다.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박 씨는 “좋아요. 좋습니다. 정말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이 날 한 ‘가장 긴 말’이었다, 이 가정 상황을 살펴보면서 나와 우리 가정은 어떠한지? 우리 자녀들을 다시 한 번 쳐다보면서 각자 생각을 정리해보기 바란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전 총장더드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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