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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그는 언제까지 깔끔한가?
[[제1522호]  2016년 10월  15일]


그는 지금도 꽤나 훌륭한 외모를 지녔지만 젊은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의 흠모의 대상이 될 정도로 잘 생겼다. 게다가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청결에 신경을 썼다. 그리고 언제나 영국 신사라 불릴 정도의 고급 옷으로 몸에 어울리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학생 시절에는 공부도 잘했고 직장에서는 맡겨진 일처리에도 흠잡을 것이 없는 완벽한 사람이었다. 어려서부터 독서에 게으르지 않았고 타고난 부지런함과 명석한 두뇌는 그의 큰 힘이었다. 거기에 상당한 부를 지닌 아버지를 둔 탓에 그는 요즘 표현으로는 확실한 금수저 출신이었다. 불신자 가정에서 자랐지만 혼자 교회에 나오면서 오히려 신앙심이 더욱 깊어졌다. 무슨 일에나 한 번 관심이 있으면 깊숙하게 연구하며 또한 열성을 다하는 그의 습성 때문에 교회 봉사에도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자연히 그의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자연스럽게 그 무리들의 리더가 되었다. 그는 독선적일 때도 있었고 자기주장이 너무 강해 때로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경원(敬遠)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가 주장하는 바가 옳기에 모두가 순응하는 자세가 되었다. 이는 그가 일하는 직장에서도 적용되어  진급도 빨리하면서 모든 면에서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급기야 이런 여건은 그를 교만한 사람, 남과 타협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비록 친구라 하여도 이에 대해 항거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으니 이는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그가 추진하는 일이 상당히 합리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은 그는 친구들의 모임에서 밥값을 내는 등의 행동으로 발언권을 많이 확보하였다. 돈은 사회생활에서 힘이 되기에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게 양해하는 사항이 된 것이다. 마음속으로는 조금 못마땅하지만 겉으로 내놓고 대들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일생 동안 주위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살아온 그에게도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하던 사업도 접고 교회에서도 은퇴하면서 그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동안은 못마땅해도 억지로 참았던 사람들이 점점 불만을 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겸손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아직도 예전의 자신이었던 것으로 착각했다. 이제는 남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그들의 뜻을 존중해야 하는데도 아직도 참견을 하고 있었다. 예전에 순종하던 후배들도 이젠 슬슬 자신을 피하고 때로는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기도 하였다. 예전이면 감히 생각도 못할 일이라고 여겨졌다. 이를 깨달으면서 자신을 돌아보았다. 집에서 외출하기 전에 거울에 비쳐보아도 외모는 별로 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니 친구들이나 특히 후배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예전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가르치려는 태도나 내 주장만을 고집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거기에 이제는 예전처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 못해 돈 씀씀이에서도 각박한 현실이었다. 새로운 친구를 구할 수도 없는데 옛 친구들은 멀어져가고 있었다. 한 번 상실한 신뢰는 다시 돌리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다행히 컴퓨터나 스마트 폰의 사용법을 익혀 활용하면서 그나마 혼자 지낼 수도 있게 되었다.

이제라도 반성하고 내 태도를 고쳐야 겠다고 느꼈다. 우선은 하나 밖에 없는 입은 다물고 두 개가 있는 귀는 열어 남의 이야기를 잘 들으며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지갑은 잘 여는 기본적인 노년의 철학을 이제부터라도 실천할 것을 다짐하는 것이었다.

백형설 장로<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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