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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끔찍했던 6‧25전쟁 (2)
[[제1570호]  2017년 11월  4일]

밭에 도착한 친구들과 선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뿔뿔이 흩어져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지요. 잠시 저쪽에서 친구들이 뭔가 새로운 것들 발견했다며 친구 옆으로 전부 모여들었습니다. 다른 날이었으면 호기심이 발동한 선태가 제일 먼저 그곳으로 달려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호기심 때문에 그곳으로 잽싸게 달려가기엔 선태의 배가 너무 꼬르륵거리고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오이와 참외를 먹던 선태는 친구들이 하나 고개를 들어 친구들 있는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순간!하는 소리가 나며 선태는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얘야, 정신이 드니? 천만다행이구나. 친구들은 폭탄이 터져 죽었는데 너만 살아남았구나. 하늘이 너를 도우셨어.

어디선가 낯선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지만 선태는 여전히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어요. 친구들이 대체 어떻게 됐다는 것인지, 시간은 얼마나 흐른 건지 알아보려던 선태는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없었습니다. 방금 전까지도 보였던 푸른 하늘과 한강물이 모두 캄캄해져 버린 것입니다.

벌써 밤이 되어 버린 걸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바로 앞에서 선태에게 말씀하고 계시는 아주머니도 목소리만 들릴 ,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요? 폭탄이 터지는 순간, 선태의 몸이 하늘 높이 솟았다가 땅에 떨어지면서 양쪽 눈이 화약 때문에 빛을 잃고 것입니다.

이렇게 비참한 625전쟁은 선태의 부모님과 집과 눈까지 모두 빼앗아 가고 말았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불처럼 뜨거운 여름 햇빛은 앞이 보이지 않는 선태에게도 고통이었습니다. 게다가 폭탄으로 인해 피를 많이 흘린 선태는 배고픔보다도 목마름에 더욱 힘들었습니다. 그런 속에서도 살아보겠다고 주세요! 모금만 주세요!소리치고 애원해 보았지만 물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쟁이 이미 심할 대로 심해져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살기에 바빴습니다. 게다가 길거리에 시체들이 즐비한데 선태처럼 눈이 어린아이 하나가 시체로 길거리에 뒹군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겐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선태는 하는 없이 손으로 바닥을 더듬어 가면서 풀을 뜯어먹거나 논바닥에 고인 흙탕물을 마셨습니다.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가 다시 앞을 있을까?

누가 나를 도와줄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던 선태는, 불현듯 할머니가 살아계실 선태네 집에 가끔 와서 선태를 사랑해 주고 예뻐해 주셨던 고모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 고모 집에 가면 고모가 눈도 다시 보게 해주고 공부도 시켜주고 엄마, 아빠처럼 길러주실거야.

선태를 무척이나 귀여워해 주시던 고모를 찾아갈 생각에 선태는 갑자기 희망과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때에는 멀리 경기도 양주에 있는 고모 집을 가려면 강을 건너야 했습니다. 강은 이미 다리가 끊어져서 배를 타고 건너야 했는데, 앞이 보이지 않는 선태가 강을 건너 고모 집까지 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가다가 폭격을 맞아 죽을 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길이었지요. 그러나 길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한 선태에게 강이나 폭격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고모를 만나는 것만이 선태의 삶에 유일한 희망이었으니까요.

강을 건널 있는 개의 다리는 벌써 폭격을 맞아 끊어져 버렸습니다.

그런데도 폭격을 피해 남쪽으로 피난을 가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강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서로 밀고 밀치는 바람에 강에 빠져 죽는 사람과 짓밟히는 사람들로 주변도 전쟁터나 다름없는 삶과 죽음의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낮에는 비행기의 폭격이 너무 심해 강을 건널 수가 없었고, 밤에만 몰래 나룻배를 타고 건널 있었지요. 뱃삯을 먼저 지불해 놓고도 배를 타지 못한 사람들의 아우성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전쟁터 못지 않는 이곳에서 뱃삯조차도 없는 선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난감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배를 있을까? 배를 타야 고모 집에 있을텐테.

선태는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었습니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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