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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차라리 만나지 말 것을…
[[제1572호]  2017년 11월  18일]

선태의 고모 집에는 논과 밭이 많았고 소도 두세 마리 있었습니다. 집안에는 머슴도 있었지요. 밤이면 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모닥불을 피우고 앉아 옥수수와 감자를 먹으며 밤이 깊도록 마을 사람들과 유쾌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선태에게만큼은 아침부터 저녁까지급살맞아 죽을 , 벼락 맞아 죽을 , 염병 앓다 죽을 , 땀을 죽을 , 귀신은 하고 저놈을 잡아가나!하며 고모는 선태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 적이 없는 세상의 욕이란 욕은 퍼부었습니다.

또한 걸핏하면 매질을 심하게 해서 선태의 온몸은 얼룩무늬가 정도였습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고모네 가족들은 번갈아 가며 땔감으로 말려 놓은 아까시나무로 선태를 때렸습니다. 선태는 아까시나무에 돋친 가시가 살에 박혀 작고 여린 살점이 뚝뚝 떨어져 나가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선태는 땅바닥에 쓰러져 구르며그만 때리세요!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며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시골에서 쓰는 부지깽이로 머리를 얻어맞기도 했습니다. 머리가 터져 피가 흘러내려도 상처 치료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때의 아픔과 슬픔과 고통은 선태의 몸과 마음에 정말 상처가 되었습니다.

어느날 아침에 있었던 일입니다.

가족들이 모두 들에 나가고 할머니와 고모와 선태만 집에 남게 되었지요. 그런데 고모가 선태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더니 문을 닫고 부지깽이로 마구 때리며 손으로 얼굴을 할퀴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너무나 많이 맞은 까닭에, 선태는 전날 먹었던 음식을 모두 토하고 정신을 잃고 말았지요. 그때 마침 동네 아주머니가 고모 집에 물건을 빌리러 왔다가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이렇게 불쌍한 아이를 때렸소?하며 고모를 나무라셨습니다. 말을 하도 들어서 버릇을 고쳐 주기 위해 그랬어요.고모는 거짓말로 대답했지요. 아주머니는 선태가 얼마나 불쌍했던지 우물에 가서 찬물 대접을 떠다 주고는 고모가 손톱으로 할퀴어 상처투성이가 얼굴에 침을 발라 주었습니다. 얼굴 상처엔 약을 발라주어야 하는데 약이 없으니 침이라도 대신 발라 주마라고 하셨습니다. 그날 불쌍한 선태에게 아주머니가 대신 발라주신 때문에 상처에 독이 들어갔는지 선태는 갑자기 얼굴이 가려워 견딜 없었습니다. 손으로 비비고 물로 씻기를 여러 동안 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고생시키더니 겨우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상처는 밑에 커다란 사마귀 개를 남겨 놓았습니다.

1950 8월의 어느 무더운 여름날 오후, 점심이라면서 선태에게 보리밥 덩이를 오이냉국에 말아주셨습니다. 선태는오늘 고모 집에 무슨 일이 있나? 내게 이렇게 잘해 주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찌나 맛이 있던지 물어볼 틈도 없이 뚝딱 먹어 치웠습니다. 밥을 먹고 나니 사돈 할머니께서나를 따라 채소밭에 가서 내가 주는 호박을 지게에 지고 나르거라하셨습니다.

겨우 살인데다가 달째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해 삐쩍 마르고 작은 체구의 선태에게 어른들이 지는 지게를 지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하지만 선태는 어쩔 없이 지게를 지고 지게를 받쳐 놓는 작대기를 들었습니다. 그러자 지게 끝이 땅에 질질 끌렸습니다. 이러고는 채소밭까지는커녕 대문 밖도 나가기 힘들었습니다.

도저히 일을 시킬 없어 보였는지 지게 끈을 조금 줄여 주어 겨우 지게를 있었습니다. 그렇게 선태는 냇물을 건너고 논두렁을 건너 사돈 할머니가 가시는 채소밭으로 따라갔습니다.

얼마만큼이나 갔을까요? 시간을 걸어가 도착한 채소밭에는 호박 아니라 참외도 있었습니다. 참외는 벌써 따서 상자에 담아 도매로 팔고 있었지요. 코끝에서 참외 냄새가 폴폴 나는 것이, 선태는 뚝섬에서 친구들과 참외를 강가에 담가 두고 수영하다가 배가 고프면 와서 먹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달콤한 참외 냄새 때문에 입가에는 군침이 가득 고였습니다.

그러나 이젠 누구도 선태에게 참외 조각 먹어보라고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 열심히 호박을 지게에 가득 얹고 일어서려던 선태는 지게와 함께 자리에 쓰러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호박도 지게도 선태도 땅바닥에 내팽개쳐져 버렸습니다.

이것도 지냐? 밥값은 해야지!하시며 할머니는 선태를 발로 차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호박을 따고 있던 할아버지와 삼촌들은선태 녀석은 갖다 버려야 !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하며 선태를 어디론가 끌고 갔습니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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