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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노벨상의 계절
[[제1572호]  2017년 11월  18일]

해마다 10월이 되면 세계의 관심과 이목(耳目)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쏠린다. 노벨상 수상자의 명단이 발표되기 때문이다. 수상자의 명단은 10월에 발표되지만 시상식은 노벨이 사망한 날짜인 12 10일에 열린다. 그동안 노벨문학상 수상자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어 우리나라의 고은(高銀: 1933~ ) 시인은 금년에도 수상자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금년도 수상의 영광은 일본계 영국인 가즈오 이시구로(    一雄, 1954~ ) 씨에게 돌아갔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로 확정통보를 받은 사람으로 노벨상을 사양, 내지 거절한 사람 중에서 대조적인 반응을 보인 다음 사람의 사연이 참으로 흥미롭다. 영국태생의 극작가 버나드 (George Bernard Shaw: 1856-1950), 프랑스의 실존주의 사상가 샤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 그리고 러시아의 소설가 파스테르나크(Boris L. Pasternak: 1890-1960) 그들이다. 버나드 쇼는 처음에는 상을 받겠다고 했다가 결국 상을 받았고, 파스테르나크는 처음에는 받겠다고 했다가 나중에 사양했으며 샤르트르는 처음부터 받겠다고 하여 끝내 상을 거절하였다 한다.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59 , 화제의J-일보신문기사가 생각난다.『닥터 지바고』의 작가로 유명한 파스테르나크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통보를 받고 처음에는 받을 뜻을 표시했다가 다음 순간, 수상을 사양한 것이 1958 늦가을이었다. 그해 연말 모스코바의 어느 송년 음악회에 참석한 파스테르나크가 서방기자들의 눈에 띄었다. 인터미션(중간휴식) 되자, 기회를 놓칠세라 기자들은 녹음기를 들이대며 노벨상을 거절했습니까? 정치적인 이유입니까?하며 질문을 쏟아붓자, 파스테르나크가 말은나는 지금 음악에 도취되어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습니다.였다. 아주 멋지고 재치 있는 임기응변이었다.

학부 영문과 재학 시절, 버나드 쇼의 희곡작품을 공부한 일이 있어 그의 이름은 위의 사람 중에서 가장 친근하게 느껴진다. 지금은 널리 알려진 그의 유명한 묘비명(墓碑銘) 우물쭈물하다 이럴 알았지!라는 표현은 생각해 볼수록 재기(才氣) 돋보이는 말이다. 짧은 마디의 행간(行間) 통해서 그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음미해 본다.

묘비명의 원문은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으로 되어있다. 여기에 나온stay around라는 표현은서성대다,' 어슬렁대다' 또는늑장을 부리다' 뜻이므로stay around long enough' 의미는오랫동안 늑장을 부리다' 뜻이 된다. 그런데오랫동안 늑장을 부리다가 이런 일이 일어날 알았지보다는우물쭈물 하다 이럴 알았지라는 우리말 해석이 훨씬 묘미가 있고 감칠맛이 난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60 전인데 나는 요즈음도 이따금 꿈속에서 교실에서 시험을 치르는데 시험 준비가 전혀 되어 당황하며 진땀을 흘리는 경우가 있다. 기실, 이야기' 아니더라도 우리는 왕왕 현실 속에서 어떤 계획된 일을 차례 미루다가 결국은 일이 코앞에 닥치고 나서야아차!'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버나드 쇼는 94세로 세상을 떠났으니 장수한 사람이다. 여기서 가지 궁금한 있다. 수많은 표현 중에서 하필이면 말을 자신의 묘비명으로 해달라고 유언을 했을까 하는 점이다. 모르기는 해도 무관심하게 그리고 준비성 없이 살아가는 후학들에게 아주 기본적이고도 요긴한 인생의 교훈적인 메시지를 물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새 금년도 서서히 저물어간다. 연초에 내가 계획한 일들 중에서 해를 넘기지 말아야 일들이 있었는데 우물쭈물하다가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그냥 해를 넘기게 되는 일은 없겠는지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자성(自省) 시간을 가져보게 된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

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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