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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죽음의 문턱에서…(2)
[[제1574호]  2017년 12월  2일]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잠시 후에 사돈 할머니와 고모의 아들이 왔습니다. 포기 베어 놓은 것이 없는 것을 보더니 할머니는 나뭇가지를 꺾어 선태를 죽도록 때렸습니다.

살려주세요! 사람 살려주세요!

아무리 외쳐도 밤에 산속에서 선태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맞고 집에 오니 팔뚝과 종아리가 탱탱 부풀어 올랐습니다. 마루 끝에 앉은 선태에게 고모는 물에 밥을 말아주며 먹으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선태 옆에 할머니와 함께 붙어 앉아 밥을 수저 먹을 때마다그거 먹고 목이나 막혀 죽어 버려라하며 번갈아 선태의 머리를 주먹으로 때렸습니다. 하루 종일 굶고 산에서 매까지 맞고 선태는 너무 배가 고파 어쩔 없이 먹고는 있었지만, 죽지 않겠다고 밥을 먹고 있는 자기 자신이 정말 밉고 싫었습니다. 도저히 회복할 없는 모욕감에오늘 밤에는 스스로 반드시 죽으리라다짐하고 다짐했습니다.

깊은 , 식구들이 모두 잠든 사이 선태는 앞마당에 나가 머리를 우물 안으로 집어넣고 거꾸로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사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물이 이마에 닿는 보니 조금만 들어가면 코와 입으로 물이 들어가 죽을 있을 같았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참아라. 어서 빨리 나오너라. 내가 너를 도와줄 것이다.

마치 우물 밖에서 누군가 선태의 발을 잡아당기는 같았습니다. 선태의 번째 자살 계획은 이렇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시간은 흘러 1950 9 28, 625전쟁으로 빼앗겼던 서울을 국군들이 다시 찾았습니다. 그러자 이제는 공산군이 물러가고 편안히 있는 새날이 왔다고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굿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굿을 때는 반드시 떡을 해놓고 일곱 그릇을 담아 상에 놓아야 했습니다. 제상에 놓는 밥을사자밥이라고 하는데, 다른 것은 먹어도 되지만 밥만은 버려야 했지요. 사자밥이란죽은 사람이 먹는 이라는 뜻이라서 만일 살아있는 사람이 밥을 먹으면 죽든지 아니면 병이 생기든지 농사가 안되든지 해서 재수가 없어진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고모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무당을 사람 데려다가 농사가 잘된 것에 대해 떡과 밥을 차려놓고 며칠 동안 굿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선태에게 다른 날과는 다르게 대접에 밥을 많이 주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그릇에 밑에는 김치 개를 집어 넣고 위에만 밥을 살짝 얹어주곤 했었는데, 오늘은 웬일이지? 내게 밥을 이렇게 많이 주다니?하며 선태는 오랜만에 배불리 먹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 고모집 머슴이 놀라운 말을 주었습니다.

며칠 전에 대접에 많이 줘서 실컷 먹었지? 근데 밥이 뭔지 아니? 굿을 하고 버린 사자밥이야. 그것 먹고 다음날 아침에 귀신이 데려가 죽으라고 밥이라고. 우린 네가 어떻게 될까 해서 며칠동안 지켜봤는데 아무 일도 없네. 그거 먹고도 끄떡 없는 보니 오래 살겠다. 귀신도 너를 데려가니 말이야.

고모 집은 불교와 미신 숭배를 하는 집안이었습니다.

눈먼 선태가 집에 계속 있으면 어떤 재앙이라도 닥치지 않을까 두려웠던 모양입니다.

어느덧 여름과 가을이 지나고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아주 추운 겨울이 닥쳐왔습니다. 고모 집에서 사는 일은 여름도 힘들었지만 겨울은 더욱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방에서 재워주지도 않으니 언제나 마루 위에 가마니를 깔고 쌀포대를 이불삼아 밤을 지새웠습니다. 너무 추운 날엔 아궁이에 발을 들여놓고 적도 있었습니다. 고모 집에는 착하고 예쁜 마리의 개가 있었는데, 개들이 선태의 곁에 와서 찬바람도 막아 주고 무서움도 막아 주고 외로움도 달래 주었습니다.

12, 가을 추수를 끝낸 사람들은 등짐을 지거나 말이나 소에 보따리 짐을 싣고 피난길에 올라야 했습니다. 고모네도 떠나기로 했는데 떠나기 전날 아주 끔찍하고도 잔인한 일을 꾸몄습니다.

멀고 험한 피난길에 선태 녀석을 집에 놔둘 수도 없고 데리고 수도 없으니, 내일 아침에 평상시보다 밥을 배로 많이 주고 속에 빨래하고 남은 양잿물을 넣어 죽여 버립시다. 그리고 산에 파묻고 떠나는 거예요.

우연히 말을 듣게 선태는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덜덜 떨렸고, 이루 말할 없는 공포에 사로잡혔습니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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