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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삼산학원 윤기안 설립자 이야기
[[제1576호]  2017년 12월  23일]

삼산학원(三山學園)의《정의(正義)여자중고등학교》는 설립자 윤기안(尹基安, 1899-1990) 선생께서 월남하신 , 이런저런 고생을 해가시면서 학교설립기금을 마련하여 세우신 미션스쿨로서 여성교육의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기 위하여 1976,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개교한 학교이다. 윤기안 선생께서는 고향인 평북 박천(博川)에서 독립운동을 하시다가 왜경에 의해 투옥되어 옥고를 치르셨는데 그때 왜경이다시는 만세를 부르지 않겠다고 서약서를 쓰는 사람은 모두 석방하겠다 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약서를 쓰고 옥문을 빠져 나가는 것을 보고이런 참담한 모습은 교육을 받지 못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라고 한탄하시고 교육이란 어머니의 역할이 소중함을 깨닫고 여성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 나머지, 여학교를 설립하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윤기안 설립자 초대이사장님을 모르는 분들은 어른이 인색해 보일 만큼 근검절약을 생활화하셨으며 하루에 점심은 거르시고 이식(二食) 하셨다. 그러던 어느 , 이사장님으로 인해서 학교가 발칵 뒤집히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사장님의 평소의 교육적 신념이 사학(私學) 제대로 발전하려면 설립자의 자녀나 인척이라고 해서 학교 경영에 참여할 것이 아니라, 대외적으로 널리 유능한 분을 찾아 모셔다가 중책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셨는데 당시 중학교 교장이시던 맏아드님에게 갑자기 교장직을 사임하라고 요구하신 것이었다. 아드님은 하루아침에 특별한 사유도 없이 교장의 직책을 내어놓으라고 하시는 부친의 명령에 당황한 나머지 며칠간 시간이 지체되다보니 이사장님께서는 이사장실에 침대를 들여놓고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하신 것이었다.

() 할아버지의 완고하신 성품은 이미 정평이 있었으므로 아무도 어른을 설득하거나 절충할 있는 방법이 없었다. 사직서를 제출하는 일이 아닌 , 아드님의 면회도 허락되지 않았다. 아드님은 이웃에 사시던 함석헌(咸錫憲, 1901-1989) 이사님을 찾아뵙고 상황을 설명, 조언을 구하였다.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시던 함석헌 이사께서는 종이쪽지에 무언가 적어 주셨는데 글의 내용인즉슨, 곡이종지(曲而從之)라는 한자 글자였다. (부모의 뜻이) 굽은 것이라도 따르라 뜻이었다. 아드님은 즉시 학교에 돌아와 사직서를 제출하니 어르신께서는 아드님의 사표를 받으시고 나서야 단식농성을 푸셨다.

일화는 지극히 사사로운 내용이어서 공개하기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 이사장님의 뒤를 이어 삼산학원의 2 이사장님으로 수고하시다가 연전에 작고하신 아드님 윤창흠(尹昌欽, 1919~2010) 선생께서는 당신의 아버님이 누워계신 대전현충원 애국지사묘역에서 해마다 추도식이 열릴 때면 예외 없이곡이종지 일화를 반복해서 말씀하심으로 선친의 고귀한 뜻을 기리곤 하셨다. () 버리고 () 위해 힘쓴다멸사봉공(滅私奉公)이란 사실상 말이 쉽지 아무나 이행할 있는 덕목이 아니다. 어르신의 뜻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비화를 여기에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젊은 시절, 정의여고에서 영어교사로 5, 최근에는 재단의 사외이사로 8년간 학교 살림살이에 동참한 일이 있다. 2017 현재, 삼산학원에는 유치원(7학급), 초등학교(24학급), 중학교(18학급), 고등학교(37학급) 대형공동체가 신앙적인 양식(良識) 바탕으로 일사불란하게 운영되고 있다. 설립자의 뜻을 받들어 학교를 반듯하게 이끌어가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구성원들의 모습이 참으로 시대의 본보기가 되는 귀감이 아닐까 한다.

곡이종지' 일화와 관련하여 연로하신 아버님의 당혹스런 명령에 대해서 조건 없이 순종했던 아드님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면서 평소에 십계명 , 다섯째 계명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우리 자신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다시 반추(反芻)해보게 된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

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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