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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산소 같은 사나이 정현
[[제1583호]  2018년 2월  10일]


테니스 코트 위에 선 그는 한 마리의 사슴 같았다. 자신보다 더 크지만 결코 무섭지 않은 다른 사슴과 경주를 앞둔 자세였다. 그동안 연습하였던 자세를 유지하며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얼마 전 1월에 지구 남반구 호주의 멜버른에서 열렸던 호주 오픈 경기에서의 정현의 모습이었다. 세계 4대 테니스 열전이면서 새해 첫 경기로 열리기에 언제나 세계의 이목을 끄는 이 대회는 70만 명이 직접 관람하는 엄청난 대회였다. 여기에 4번째의 대전을 갖는 22살의 정현의 상대는 조코비치였다. 그는 지금은 비록 세계랭킹 14위지만 가히 테니스계에서는 범접하기 어려운 태산 같은 선수였다. 그가 펼치는 16강전은 지난 2000년에 이형택 선수가 처음으로 접할 수 있었던 장벽 같은 어려운 경기였다.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선수로는 신체조건이나 체력 그리고 기술면에서 도저히 넘을 수 없다고 모두가 치부하는 경기에 그가 선 것이다. 그러나 그는 모두의 기대를 넘어서 훌륭한 기량과 엄청난 파워 그리고 결코 뒤지지 않는 실력으로 이 장벽을 넘었다. 30으로 경기를 마친 그는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장내 아나운서와의 인터뷰에서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대화를 나눔으로 운동으로서나 마음속에 지닌 인품에서 결코 부족함이 없는 알찬 사람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또한 비록 정현과 대전해 패배했지만 그를 칭찬하는 조코비치의 인간성에서 진정으로 세계적인 선수의 인품을 보면서 그는 정말위대한 패배자’라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가 상대한 4강전의 적수는 그의 우상이었던 테니스계의 황제 페더러였다. 어렸을 때 그의 경기를 보며 테니스의 꿈을 키웠던 그는 그의 우상과 자웅을 겨루는 혈투를 벌였다. 예상했던 대로 아직은 그가 가야할 길이 남아 있었다. 준결승전에서 1세트를 내어주고 2세트를 치르면서 더 이상은 경기를 진행할 수 없었다. 경기 초반부터 그를 괴롭혔던 발바닥 물집에 의한 부상이 끝내 그를 주저앉히고야 말았다. 테니스 황제에게 불성실한 자세로 임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에 몸을 추스르고 실력을 더 연마하고 후일을 기약하는 것이 진정한 스포츠맨임을 자각하였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후에 드러난 그의 발바닥 상태는 우리들의 상상을 훨씬 초월하였다. 예전에 우리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었던 박세리, 김연아, 강수진 그리고 박지성 선수들에게서 보았던 땀과 노력의 결정체로 겉으로는 못생겨도 정말 위대한 발을 본 것이다. 베드로와 요한이 못 걷게 된 이를 고치는 기적이 사도행전 3 1절에서 10절까지에 기록되어 있다. 나는 이 젊은이의 부모가 온전히 이런 기적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일찍이 테니스 선수였던 아버지가 아들의 천부적인 소질을 간파하여 어머니와 함께 사랑과 정성으로 그의 뒷바라지를 하였고 드디어 이제는 그의 희망대로 대성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는 그 가족의 행복이며 우리 국민에게는 큰 기쁨과 활력소를 주었다. 또한 이번 정현의 쾌거는 현실의 생활에서 절망하여 미래를 두려워하는, 그래서 무언가 희망을 주어야 하는 그 또래의 젊은이들에게 다시 소생할 수 있는 깨끗하고 생명력 있는 산소와 같은 역할을 하였다. 스스로 흙수저라고 절망하는 젊은이들이나도 하면 된다’라는 자신감을 갖고 희망을 갖고 좌절하지 않는 계기를 그가 보여주었다. 그는 어떤 훈장을 받아도 아깝지 않는 이 시대 우리의 희망인 젊은이라고 감히 주장하는 이유다.

백형설 장로<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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