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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정부혁신은 관료화를 최소화한다 ②
[[제1585호]  2018년 3월  3일]

예컨대 겨울철에 화재가 다른 계절보다 더 자주, 그리고 더 크게 발생하는 것은 우리같은 비전문가도 다 아는 사실인데 지난번 충북 제천에서 그런 사고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소방 당국은 병원이나 여관(호텔)같은 많은 사람이 머무는 곳에서 화재와 같은 비상시 대피하는 연습(?) 또는 훈련을 실시했을 법도 한데, 그랬다는 뉴스를 들어보지는 못했다. 만약에 화재 시 대피훈련을 한 번이라도 했다면 이번 밀양사고 때의 결과가 사뭇 달라지지 않았겠나 상상해 본다.

이웃나라 일본은 평상시에도 대피 훈련 등에 숙달된 나라여서인지 지금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서도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대처를 하고 있다. 분명히 우리는 많이 배우고 머리 좋은 공직자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늘 자랑스럽고 칭찬하고 싶다. 그러나 똑같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더 나은 대처능력을 배우지 못한다면 누구를 탓해야 할런지. 결코 그들이 머리가 나빠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들이 게을러서도 아니다. 결과적으로는 이 많은 사람을 움직이는 조직의 관리와 리더십이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거의 모든 정부 조직은 계층제로 구성돼 있어서 모든 조직원은 자기를 직접 지휘·감독하는 상관의 명령에 따르게 되어 있는 구조다. 따라서 정부 조직은 개개인의 우월성보다는 자기가 속한 조직이 얼마나 그 조직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도록 잘 관리되고 있는가의 리더십의 우열로 평가된다. 한 마디로 말해서 한 정부 조직의 성공 여부는 그 조직을 관리하는 리더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정부 혁신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은 지금까지 알려진 조직관리의 최대의 적인 관료화 현상을 방지하거나 적어도 최소화시키려는 자기 방어 노력이라는 점에 있다. 관료화는 조직 계층의 심화와 중앙집권화로 가속화된다.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의 창의성과 책임성이 온당하게 평가되거나 보상받지 못하고 조직이 스스로의 경직성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에 관료화는 거대한 괴물로 변질되기 쉽다.

자율이 아닌 타율적인 관료화 사회는 그 거대한 조직이 더 이상 스스로를 감시·감독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붕괴하고 만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정치적 리더십을 위한 경쟁이 전혀 없거나 제한된 나라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관료사회는 소수 기득권의 입맛에만 충실하면 그들의 생존과 번영에 별다른 큰 지장이 없는데, 구태여 기존의 행정질서를 불편하게 하거나 무너트릴 수 있는 정부 개혁 내지 혁신을 스스로 도모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지 못하면 퇴화되는 절박한 정치적 경쟁이 일상화되어 있지 않은 사회에서는 국민에게 더 좋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는데, 개혁이니 혁신이니 하는 명목으로 굳이 불편할 필요가 있겠는가 말이다.

뿐만 아니라 비민주주의적 정치체계 하에서는 통상 국민 총생산의 약 3분의1 이상을 국가경영에 소비하는데 여기서 생기는 막대한 경제적·물질적·지적 자산이 국가의 이익보다는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 쓰인다면 이것은 아무도 그것과 경쟁에서 이길 사람이나 집단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조직의 관료화 현상을 방지하거나 적어도 최소화하는 정부혁신은 단순히 질 좋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정부생산성의 향상이나 정책목표의 달성이라는 성과주의적 경영합리화의 차원을 넘어서는 정치적 경쟁 체계를 통하여서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질서인 자유, 인권, 정의, 공공성 등의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기본적 요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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