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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당신은 외로움을 타는가
[[제1591호]  2018년 4월  21일]


나는 일생 동안 변변한 직장 생활을 해본 경험이 없다.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고 놀고 지냈다는 말이 아니고 보통 9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에 퇴근하는 회사에 다니지 않고 자유업을 가졌다. 그러나 나름대로 출근시간을 정해 사무실에 제 시간에 출근하는 습관은 지녔다. 그래야만 어느 정도 절도 있는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일이라는 것이 주로 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었기에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았으며 당연히 시간을 활용하는 법을 터득하였다. 그러면서 세월이 흐르니 그 때에 습득하였던 처세술이 나의 노년 생활에서 외로움을 극복하는 지혜를 주었다.

요즘 예전에 알던 사람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건강하시죠? 어떻게 지내십니까?”하고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주저하지 않고, 잘 지냅니다. 건강하고, 잘 먹고 마시고 즐겁게 놀고 지냅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경우그렇게 지내시는 것이 가장 복 받은 생활이지요” 하며 덕담을 건넨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의 내 신세가 그만하면 부족함이 없고 더없이 축복받은 생활이라고 여길 수 있다. 게다가 교회와 학교 동창 그리고 살아오면서 알게 되었던 사람들과 이따금씩 교류하면서 지내니 아직까지는 외로울 틈이 없다는 사실이 슬그머니 대견하게 느껴진다.

시골에서 직장이 있는 서울로 와 사는 한 처녀가 있었다. 얼마 전에 마음에 드는 총각을 만나 몇 번의 데이트도 하였다. 그런데 요즘 두 사람 사이에 약간의 틈이 생긴 느낌이다. 어느 날 밤에 잠이 안와서 뒤척거리는데 마침 창밖을 보니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침 외로움을 느낀 이 처녀가 무심코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윽고 전화를 받은 남자는 졸린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 있냐고. 당황한 이 처녀는 얼떨결에밖에 비가 오고 있네”라고 말하자 “지금 몇 신줄 알아? 새벽 3시 반이야. 나 내일 일찍 출근해야해. 끊어” 하면서 냉정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누가 말했던가? 위급한 일을 당했거나 외로워서 사람이 몹시 그리울 때 아무 이유도 없이 전화해도 다정하게 응답해 주는 친구가 있는 사람은 복 받은 사람이라고.

깨끗하게 늙어가면서 우리에게 석학으로 존경을 받는 100세가 된 김형석 교수는 앞으로도 몇 년은 강연할 계획이 있고 글도 써야 하는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또한 언제나 우리에게 옳고 바른 사상을 전해주기에 우리 보통 사람과는 다른 특별한 사람이라고 여겼지만 그런 그도 얼마 전에는 15년 전 아내가 먼저 떠난 뒤에 외롭다는 마음은 지울 수가 없다는 속내를 비치기도 하였으니 우리 같은 범인은 말해서 무어하랴. 심지어는 우리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사회적으로 고귀한 사람이나 항상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쉴 새 없이 활동하는 사람들도 그 내면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외로움이 내재한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겠다.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열성적인 팬들의 환호에 묻혀 사는 인기 연예인들이 불현듯 밀려오는 외로움을 억제하지 못하고 일탈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우리는 때때로 경험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외로운 존재들이다. 다만 이를 자기 나름대로 잘 해결하는 사람도 있지만, 남에게 외롭고 어려운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 허세를 부리는 부류도 있다. 그러나 서로가 돕는 사회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 수 있다면 정말 세상을 의미 있게 사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백형설 장로<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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