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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국가고시 전국수석을 차지하다
[[제1589호]  2018년 4월  7일]


초등학교 6학년 때 소천하신 어머니, 어머니는 내 마음속에 깃든 영원한 고향이다.

어머니의 밝은 표정은 내게 있어서 최고의 기쁨이었다. 다소곳이 앉아 계시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맨 먼저 어머니의 병세를 살피는 것이 거의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위장병으로 오랫동안 시달려 왔지만 어머니는 매우 낙천적이고 낭만적인 분이었다.

문학서적을 많이 읽어라. 그리고 글을 많이 지어 보거라.”

거의 하루에 한 편씩의 글을 쓰게 할 정도로 나를 훈련시키셨다. 어쩌면 내가 훌륭한 작가가 되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하고 계셨는지도 모른다.

1951년에는 전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제1회 전국 국가고시가 있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나는 될성부른 떡잎으로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시험을 치르던 날 아침, 어머니는 옷을 깨끗하게 차려 입으시고 앉아서 연필을 깎고 계셨다.

이걸로 시험을 보거라

어머니의 한 마디 말씀이 내겐 천군만마를 얻은 것만큼이나 큰 힘이 되었다. 거의 일어날 수도 없는 불편한 몸이셨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아들에게 마지막 용기를 주시기 위해 혼신의 힘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신 것이다. 그날이 바로 731일이었다.

네가 전국에서 1등을 해서 너의 얼굴이 신문에 날 것이다.”

어머니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씀하셨다. 어머니도 한때는 교직에 몸담고 계셨다. 아버지는 혜화초등학교 교장으로 계셨지만, 우리 집은 언제나 가난에서 헤어날 줄을 몰랐다. 그러나 그런 가난을 부끄럽다거나 불편하게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어머니는 나의 담임선생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셨다. 아마도 나의 교육문제에 대하여 염려하고 계신 듯했다. 선생님은 내게 특별히 글짓기 숙제를 매일 내주셨으며 어머니가 이를 점검하기도 하셨다.

선생님께서 어떤 숙제를 내주시더냐. 작문숙제도 있겠지?”

그때만 하더라도 작문이 왜 그토록 중요한 것인지 몰랐었다. 그러나 나중에 논문을 쓰면서 어머니의 깊으신 뜻을 깨달았다.

어머니가 손수 깎아주신 연필로 신나게 시험을 치렀다. 그러나 시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어머니가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지신 것이다. 자식을 위하여 마지막 불꽃을 사르셨던 사랑하는 어머니, 어머니의 손을 잡고 나는 한없이 울었다. 국가고시를 본 이틀 후, 어머니는 조용히 삶을 마감하셨다. 사랑의 화신으로 여겨지던 어머니의 죽음은 내게 있어서 엄청난 슬픔이었다.

네가 전국 수석을 차지하여 너의 사진이 신문에 크게 실릴 것이다.”

그 말씀만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그 말씀은 어머니가 내게 들려주신 마지막 말씀이었다. 어머니는 동화 속의 주인공처럼 참으로 깨끗한 삶을 사셨던 분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아버지가 신문 한 장을 들고 흥분된 모습으로 집에 들어오셨다.

근모야, 네 어머니의 예상이 들어맞았구나. 이것 좀 보거라. 네가 수석을 차지했구나.”

아버지의 눈에는 함초롬히 이슬이 맺혔다.

 

정근모 장로

한국과학기술원 석좌교수

한국전력공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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