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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경기중학교, 경기고등학교 수석 합격
[[제1591호]  2018년 4월  21일]


중학교를 졸업하고 경기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물론 이번 입시에서도 수석 합격이었다.

고등학교 때도 과외활동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공부밖에 모르는 공부벌레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학교에서는 열심히 수업을 들었으나 방과 후에는 여러 서클에 가입하여 활동했다.

나의 공부 방법은 상당히 특이했다. 거의 노트정리를 하지 않았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특별히 노트정리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모든 것은 이해가 가장 중요했다.

너는 왜 노트정리를 하지 않니. 나중에 어떻게 공부하려고 그러니?”

처음에는 선생님께서 나의 학습법에 대하여 의아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러나 시험성적은 항상 만점에 가까웠기 때문에 나의 독특한 학습법을 이해해 주셨다. 선생님들과 선배들 사이에 나에 대한 소문이 금방 퍼져 나갔다.

노트정리를 하지 않고도 만점을 받는 학생이 있다. 그가 바로 1학년 정근모다.”

학교에서는 나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나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나타냈으며, 따라서 교우관계도 원만한 편이었다. 나는 천성적으로 우쭐대거나 교만한 성격을 아니었다.

적십자활동도 여전히 계속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문학에 관심이 깊었다. 틈틈이 쓴 희곡으로 공연을 갖기도 했다.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선생님들은 나의 월등한 성적에 깜짝 놀라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라고 권유하셨다.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어요. 월반을 해서 곧바로 대학에 가는 것이 나을 성싶습니다.”

선생님은 아버지 앞에 성적표를 들이밀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게 낫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렇지만 근모가 학교생활에 큰 재미를 느끼고 있는데 월반을 했다가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까 염려되는데요.”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좀 고전할지 모르나 금방 적응할 수 있을 테니 안심하시고 검정고시 준비를 시키도록 하시지요.”

담임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날부터 나는 학교공부와 검정고시를 병행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3년 과정을 4개월 동안에 마쳐야 하는 벅찬 공부였다. 1학년 1학기 7월에 검정고시가 있었기 때문에 빨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과외활동, 학교수업, 검정고시 준비 등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늘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해 7월 대학입학자격 검정고시가 실시됐다. 예상했던 것보다 문제는 쉬웠다. 그리고 1개월 후에 발표된 결과는 수석합격이었다. 4개월 만에 고등학교 전 과정을 마친 셈이었다. 합격은 예상한 것이었지만 수석이라는 결과가 나오리라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아버지는 신문에 실린 나의 기사를 보시면서 또 한 번 흐뭇한 표정을 지으셨다.

아버지는 항상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셨다.

내 아들은 참 효자입니다.”

누구에게나 서슴없이 자랑을 하셨다. 그럴 때마다 나도 마음속으로 더욱 효도하는 아들이 되자고 다짐하곤 했다.

 

정근모 장로

한국과학기술원 석좌교수

한국전력공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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