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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고교 과정 1년 마치고, 서울대학교 차석 합격
[[제1592호]  2018년 4월  28일]


이듬해 2월 아버지의 친구였던 한국 물리학계의 거두 권영대 교수의 권유에 따라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 합격했다. 당시 입시 성적은 문리대 차석. 처음으로 수석이라는 타이틀을 놓친 것이었다. 나는 아버지께 죄송스러울 따름이었다.

그 정도면 잘한 거야. 남들은 3년을 공부하고도 서울대학교에 들어가기가 힘이 드는데 너는 1년밖에 공부를 안했잖니. 정말 고생이 많았다.”

의외의 칭찬이었다. 그리고 사실 그 이상의 성적은 무리였다. 친구들이 고등학교 2학년 때 나는 벌써 대학 생활을 시작했으니 그 정신적인 부담으로 인하여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는 성적이 저조할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내가 좌절하지 않도록 힘을 주시기 위함이었다. 결국 2학년이 되면서부터 나는 정상 궤도에 접어들었다. 학문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으며, 학교생활에 안정을 찾았다. 선배들과 친구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한편 학교생활에 완전히 적응한 것과는 반대로 아버지에게 어려운 일이 닥쳤다. 학교 교사였던 아버지는 유리창을 닦다가 죽은 학생 때문에 심한 자책을 느끼셨다. 아버지는 가끔 약주를 드시기도 하셨다. 거의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시고 새벽마다 괴로워하셨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나의 잘못이었어. 좀 더 주의를 주었어야 했는데 말이야. 부모님의 마음이 오죽 아프겠니. 부모는 교사를 믿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것인데.”

무거운 짐을 홀로 지고 괴로워하시던 아버지는 서서히 건강을 잃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기어이 뇌출혈을 일으켜 세상을 떠나셨다. 이때가 1957년이었다. 중학교 시험을 앞두고 운명하신 어머니, 그리고 내가 월반을 하지 않았더라면 대학입시를 치르기 직전에 세상을 떠나셨을 아버지. 2년을 월반하여 대학 생활을 조금이라도 보여드린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죽음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제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나의 성적에 대해 칭찬해 줄 사람도, 끊임없이 용기를 불어넣어 줄 사람도 없는 것이다.

큰누나는 이미 결혼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형은 군에 입대해 있었기 때문에 내가 두 동생을 보살피지 않으면 안 되었다. 더구나 우리 가족은 학교 관사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관사를 비워주어야만 했다. 대학교 2학년, 실질적으로 고등학교 3학년인 내가 가장 노릇을 해야 할 입장이었다.

그때 아버지가 재직하시던 학교에서는 긴급 학부모 회의가 소집되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이런 제의를 했다.

관사에서 나가면 정 교장 선생의 가족들은 갈 곳이 없습니다. 우리가 조금씩 힘을 모아 집을 한 채 사줍시다. 평생을 교육에만 전념해 오신 그분의 가족들이 기거할 집이 없어서야 말이 되겠습니까?”

이렇게 해서 성북동에 집을 한 채 마련해 우리가 살 수 있도록 해주셨다. 일평생 집을 가져보지 못했던 아버지였다. 그렇지만 세상을 뜨신 다음에야 비로소 우리 소유의 집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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