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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8호]  2018년 6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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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스승의날에 생각나는 은사 김정련 선생님
[[제1596호]  2018년 5월  26일]

고등학교 1-2학년 때, 한문과목을 가르쳐 주신 진혼(震魂) 김정련(金正連, 1895∼1968) 선생님은 당시 60대 중반으로 거의 정년(停年)이 되신 어른이셨다. 선생님께서는 5년제 평양숭실중학교를 졸업하시고 평양 숭실전문학교에서 사학(史學)을 전공하셨는데 몇 가지 면에서 보통 선생님과는 차별화되는 면모를 보여 주셨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께서는 스스로 금기시(禁忌視)하신 세 가지가 있었으니 “여름철에 부채질 안 하기, 겨울철에 화롯불 안 쪼이기, 지팡이 안 짚기” 등 독립운동가다운 기개(氣槪)를 보여주셨다. 20대 초반에 결혼을 하시고도 독립운동을 하시다가 감옥에 드나들며 왜경에 쫓기느라 19년간이나 집에 들어가지 못하셔서 40대 초반이 되어서야 늦둥이 아드님 한 분을 두셨다.

역사를 전공하신 선생님께서는 동서양의 역사는 물론이요, 사회, 지리, 세계문화 등에 관해서도 일가의 경지에 이르셨으며 당신께서 공부하신 한자가 약 10,000자 정도가 되며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 1890~1957) 선생을 제외하면 당신의 이름 석 자를 거명()해야 할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씀하신 기억이 있다. 근년에 유행하고 있는 한국어문회 한자급수시험기준에 의하면 3 1,800, 2 2,500, 1 3,500, 사범 5,000, 특급 6,000자를 학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거니와 당시 선생님의 말씀은 전혀 현학(衒學)이나 과장(誇張)이 아니시고 실제로 선생님의 학문적 위상(位相)이 그러하셨으리라 믿는다.

1957년 봄 학기 때의 사건(?)으로 기억이 된다. 서울 시내 극장에서 《해저 20,000리》라는 영화를 단체로 관람하였다. 우리학교 학생들이 2층 전체를 예약했는데 극장 당국은 우리학교 외에 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을 무리하게 추가로 배정하는 바람에 극장 안은 절대좌석이 부족해서 매우 혼잡하게 되었다. 인솔교사 중의 한 분이셨던 김 선생님께서는 이런 비교육적인 장사꾼들의 소행을 그냥 지나치실 리가 없으셨다.

남녀 학생이 뒤섞여 대충 관람이 끝난 후, 선생님께서는 극장사장실에 쳐들어(?)가셔서 기물을 뒤엎으시고 대갈일성(大喝一聲) 꾸짖으셨을 뿐 아니라 그날 극장에 입장했던 전체 학생의 입장료를 모두 환불받은 일이 있었다.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불의를 보시면 노구(老軀)를 던져가며 잘못을 바로잡으셔야 직성이 풀리시는 어른이셨다.

선생님께서 용서해 주시리라 믿고 선생님의 결혼비화를 소개할까 한다. 선생님께서는 정작 신랑 신부끼리는 맞선의 기회도 없이 양가 부모님의 중매로 신부를 만나 결혼을 하셨다고 했다. 처갓집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새벽에 일어나 세수를 하려는데 장모님께서 다가오시더니 주저주저하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자네에게는 정말 면목이 없네. 자네 처가 어렸을 때 눈을 다쳐서 한 쪽 눈이 실명을 하였다네.” 그 말씀을 듣고 방에 들어가 신부의 얼굴을 보니 장모님이 말씀하신대로였으나 하늘이 맺어 준 천생연분이라 여기고 평생 사모님 한 분만을 사랑하며 살았다고 하셨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1959학년도를 끝으로 정년퇴임하신 선생님께서는 단국대학교 도서관장에 취임하셨다. 당시 단국대학교 장형(張炯) 이사장(장충식 단국대총장의 선친)께서 순국선열유족회 회장님이셨고 진혼 김정련선생님께서 부회장이셨던 인연으로 선생님이 도서관장으로 초빙되셨다는 전후 상황을 내게 설명해 주신 일이 있다.

고향인 경기도 광주에서 초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였으나 경제적인 형편이 여의치 않아 중학교 진학이 어려움에 부딪혔던 동생 문정선(미국 뉴저지, 1947~ ) 목사에게 단국중학교에 전액장학생으로 입학의 기회를 주셔서 중고등학교 6 12학기과정을 특대생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신 분이 김정련 선생님이시다. 김 선생님께서는 우리 두 형제로서는 그 어른께서 베풀어주신 크나큰 사랑의 빚을 도무지 갚을 길이 없는, 실로 태산 같으신 은사이시요, 하늘 같으신 은인이시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

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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