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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8호]  2018년 6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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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한국과학원 설립을 꿈꾸다
[[제1597호]  2018년 6월  2일]


그 사이 우리에게 두 딸과 아들 진후가 태어났고, 아이들은 무럭무럭 잘 자라 주었다. 부러울 것이 없는 생활이었다.

모든 것은 순풍에 돛단 듯 매끄럽게 잘 풀려가고 있었다. 우리가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욕심이 적었던 데에 있었다. 학문연구에 대한 열정이 다른 욕심들을 상쇄시켰던 것이다.

어쩌면 천성적으로 소유에 대한 욕구가 적었는지도 모른다. 청렴결백한 삶을 사셨던 아버지께서 내게 유산으로 물려주신 훌륭한 정신적 자산이었으리라.

1969년 초 공화당정부가 들어설 무렵, 한나 총장은 미시간주립대학교를 그만두고 닉슨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 국무성의 국제개발처 책임자로 취임했다. 어느 날 한나 총장이 조용히 나를 불렀다.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미국의 원조정책을 바꾸었소. 무상원조를 지양하고 교육기관 투자로 일신하겠으니 아이디어가 있으면 말씀해 보시오.”

나는 즉석에서 한국에 과학원을 창설하여 과학 한국의 미래를 열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제의했다.

지금까지 우리들은 최고학부 과정을 외국 유학을 통해서만 마칠 수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중국에서, 일제치하에서는 일본에서, 최근에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최고학부 과정을 이수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석사, 박사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국제 수준의 대학원이 필요합니다.”

잠자코 듣고 있던 한나 박사는 바로 그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며 사업제안서를 준비해 오라고 했다.

닥터 정의 말처럼 고기를 주는 것보다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진정한 도움이 되지.”

나는 며칠 동안 밤을 새워가며 사업제안서를 작성했다. 이것을 받아본 한나 총장은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사업제안서를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냈다. 미국 국제개발처에서 적극적으로 후원하겠다는 뜻도 함께 전했다.

당시 우리 정부에서도 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던 터라 즉시 새로운 이공계 대학원의 설립을 구상하게 되었다.

한나 박사는 이 대학원의 설립을 위한 조사단을 파견하였고 6백만 달러의 자금 지원을 지시했으며, 미국 학계 중진들의 자문을 주선하였다.

빨리 귀국하여 자세한 경위를 보고해 주기 바란다며 한국 정부로부터 내게 연락이 왔다.

1970324일 나는 일시 귀국했다. 과학원 설립에 대한 자세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이 때가 고국을 떠난 지만 10년째 되는 날이었다.

그 전에도 한국의 친구들로부터 만나자는 제의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 때마다 나는 “10년 정도는 모든 것을 잊고 미국에서 공부만 하겠다고 말해 왔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960324일 출국하여 1970324일 귀국하게 되었으니 10년이라는 나의 말이 딱 들어맞는 셈이었다.

1970716일에 한국과학원 설립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갔다. 나의 모든 관심은 한국과학원의 설립에 집중되어 있었다.


정근모 장로

한국과학기술원 석좌교수

한국전력공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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