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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정부나 기업이나 부실한 지배구조가 문제다 ①
[[제1598호]  2018년 6월  9일]


국민연금은 201591일 단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5,865억 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회사는 다 삼성그룹의 자회사로써 합병 이전에도 잘 나가던 회사로 구태여 합병이 꼭 필요했는지 의구심이 가는 가운데 언론에 의하면 합병의 가장 큰 동기는 경영의 합리화보다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영과 소유가 분리되지 않고 통합된 기업이 대부분이어서 어떤 그룹의 지배적 지분소유자에게 유고가 생기면 그 혈연적 후계자가 그 기업을 승계하는 전통이 있는데 대한민국의 최대기업인 삼성그룹의 승계문제와 관련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그것을 추진하는 과정에 삼성물산의 11.21%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여부가 그 합병 성공 여부의 중요한 관건이 되고 있었다. 국민연금은 원래 투자자문단의 권고 때문에 이 합병에 반대 의사를 가지고 있었으나 당시 연금이사장이 그것을 찬성으로 바꾸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국정농단재판의 한 축은 삼성이 박 전 대통령에게 청하여 당시 국민연금이사장을 움직여 국민연금의 반대의사를 찬성으로 바꿨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판결에 의하면 이 문제의 핵심에 있던 전 국민연금이사장 문 모 씨는 제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그 유죄판결은 곧 그러한 국민연금의 찬성표는 경영상의 지분행사라기보다는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결정이라는 뜻이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하려고 하는 데는 삼성그룹의 승계예정자인 이 부회장이 13.21%의 지분을 가진 제일모직에 그의 지분이 전무한 삼성물산을 합병함으로써 그의 삼성그룹 지배승계에 필요한 추가적 부담 없이 지분 행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벌들은 물론이고 이 나라의 많은 기업들은 극히 형식적 제도에 불과한 사외이사제도 덕분에 기업들의 무리한 기업승계 작업에 비교적 쉽사리 성공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재벌 제2세 또는 제3세 승계 작업의 고민은 비단 삼성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현대그룹이나 한화그룹도 거의 비슷한 승계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현대그룹의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회사들의 합병계획이 알려지자 이른바 기업사냥으로 유명한 외국인 주주 엘리엇(the Elliott) 등이 공개적으로 반대 운동을 펼쳤고 갑자기 합병계획을 취소하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면 외국의 모든 대기업들도 그 승계에 있어서 우리나라처럼 승계로 생기는 제반 세금을 포함한 비용을 정정당당하게 부담하는 대신 각종 꼼수를 부려 해결하는가? 적어도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는 미국의 경우 경험과 경륜보다 혈연에 의한 승계자를 내세우기 위해서 내야 할 세금을 회피하거나 자회사 간의 불공정한 합병을 도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것은 이러한 회사들에는 이미 사외이사제도가 오래 전부터 정착되어 있어서 위에서 본 것과 같은 부당하고 부적절한 경영주들의 횡포를 사전에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사외이사는 흩어져 있는 영세한 주주들의 이익을 대표해서 경영주가 부당하거나 부적절한 회사 운영을 시도하려 할 때에 그것을 방지하고 경영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도록 마련된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97년 이른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이 제도가 도입되기는 했으나 20년이 지난 지금도 자리를 잡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먼저 상장기업의 불과 20%만이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그것도 경영전문가보다는 교수, 전직 관료, 법조인 등이 그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그들은 회사의 경영에 대한 전문적 조언이나 감시·감독보다는 경영주의 입맛에 맞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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