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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정부나 기업이나 부실한 지배구조가 문제다 ②
[[제1599호]  2018년 6월  23일]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형태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하나는 기업주 개인의 친분(고교나 대학 시절의 동창, 친지 등)이 있거나 다른 하나는 자기 기업을 규제, 진흥하는 등 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통하여 형성된 전직 관료들과의 교분이다. 전자의 경우 일부 기업은 이사회를 일종의 친목회 비슷한 모임으로 인식하는 데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후자의 경우 이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최근까지 행정부에서 고위직으로 일하던 사람들을 기업의 사외이사로 영입한 케이스이다. 주로 정부의 규제 관련 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국세청이나 공권력 관련 기관인 검찰, 경찰, 법원 등에서 최근까지 근무한 경험을 가진 전직 관료들이다. 이들은 그동안 이러한 기업의 각종 활동과 규제 등에 커다란 역할을 한 사람들이다. 그중에서 그들의 전직 기관에 대한 로비스트 또는 방파제 역할에 효율적이라고 판단되는 것이 그 선발에 더 두드러진 기준이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 그들은 공직 재임 시 터득한 지식과 경험을 사장하지 않고 민간 기업을 돕는데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동시에 그러한 지식이나 경험이 경영진의 부당한 목적에 악용될 수 있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사외 이사들은 이사회에서 경영진이 상정한 안건에 대한 찬성률이 99%라는 진기록도 가지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이것은 경영주들이 처음부터 올바른 결정을 한 안건만 올렸다고 보기보다는 법에서 규정한 독립적인 감시·감독의 역할보다는 좋은 것이 좋다는 식의 거수기노릇하기에 더 바빴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면 국가의 지배구조는 기업의 지배구조에 비해 더 나은가? 이것에 대한 답은 불행히도 아니다이다. 1948년까지는 국민의 대표가 국정에 참여할 기회를 얻지 못한 전형적인 행정국가였던 우리나라에 가장 중요한 변화는 국회라는 지배구조의 탄생이었다. 국가의 막강한 책무를 수행하는 3() 중 행정부를 감시·감독하려고 만든 국회야말로 그 어떤 지배구조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그러나 그 임무인 국정 감독을 소홀히 하면서도 피감기관 경비로 자신들의 외유를 즐기는 국회 상임위원들의 파렴치한 사례나, 국회의 문조차 열지 않고 근 50일 동안을 문밖에서 여·야당 간의 정치적 말싸움과 데모(?)로 국민적 빈축을 산 것 등은 국민의 울분을 사는데 충분했다.

국회의원이나 사외인사나 이들은 법률로써 특정한 책무가 주어진 사람들이다. 단지 높은 봉급만 받아먹는 그런 한가한 직책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허구한 날 입만 벌리면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정반대의 길을 가는 데 조금도 주저하거나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이러한 행태는 법이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한 근본적 목적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처사로써 그 제도가 도입되게 된 1997년의 외환위기는 문자 그대로 한국의 일부 기업가들의 전형적인 오만과 독선을 막지 못한 무책임한 사외이사제를 비롯한 정경유착이 빚어낸 결과였음을 우리는 새삼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우리는 경제 주권을 IMF에 넘기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금 모으기로 시작한 국민적 노력으로 급기야 경제 주권을 되찾기는 했으나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으로 떠안은 당시의 방만하고 부실한 기업과 그 부작용은 커다란 국민적 상처를 남겼고 아직도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기업의 구조조정은 더디고 생산성 향상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우리의 전반적 생산성과 국가경쟁률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걸맞지 않게, 세계 27위에 여러 해 정지되어 있고 실업률은 사상 최고라고 하는데 이래도 국가의 감시체계가 아무 문제 없이 작동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조창현 장로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펨부록)정치학 교수 · 전 중앙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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