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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비싸도 필요하면 사는 남자, 필요 없어도 싸면 사는 여자
[[제1606호]  2018년 8월  11일]


점포에 가지 않아도 물건을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인터넷이나 홈쇼핑을 통해서 살 수 있고 전화로 주문하여 배달받기도 한다.

물건 하나 사는데도 남녀는 다르다. 남자들은 사야 할 물건이 있을 때만 매장에 간다. 쇼핑하러 갈 때 목표가 분명하다. 사려는 물건이 정해져 있고, 생각 속에 그림이 분명하므로 망설이지 않고 사냥꾼처럼 그 물건만을 찾는다. 구매하려는 품목이 분명하다. 목표 지향적(purpose driven) 쇼핑을 한다. 매장을 더 이상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그러나 여자들은 살 물건이 없더라도 남의 점포 안을 기웃거리며 어슬렁거린다. 구경하는 것도 쇼핑이다. 눈요기(window shopping)를 즐긴다. 살 만한 물건이 있을까 탐색을 하며 돌아다닌다. 분명한 그림이 없이 수집가처럼 이곳, 저곳을 어슬렁거린다. 가능성 지향형(possibility driven) 쇼핑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필요 없는 것도 싸면 사들고 온다. 물건 하나 사는데도 가격 따지고 날짜 따지고 비교해 가며 시간이 걸린다. 몇 시간을 얼쩡거리며 헤집고 다니다가 겨우 싸구려 하나 달랑 사들고 나온다.

그러면서 남편한테 짜증 섞인 한마디를 날린다. “당신 때문에 아무것도 못 샀다.” 그렇게 어렵사리 사온 물건을 또 다시 입어보며 망설인다. 그러다가 몇 시간 걸려 사 온 그 한가지마저 다음날 바꾸러 간다고 다시 들고 나간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남자가 쇼핑에 아내 따라 갔다가 참을 수 있는 한계는? 나는 물건을 사러 가면 대충 보고 쉽게 물건을 산다. 옷도 색깔과 크기만 맞으면 산다. 그런데 내 아내는 다르다. 신혼 초, 아내와 함께 옷을 사러 갔다. 이것저것 옷을 고르고 입어보는데 한 시간이 더 걸렸다. 물건을 들었다 놓았다, 입어보고, 걸쳐보고 온갖 연출을 다 한다. 여러 벌을 흩트려 놓았다. 그러고도 다른 가게로 다시 가자고 한다.

옷을 사려는 것인지 아닌지 나는 혼란스러웠다. 짜증은 물론 은근히 화까지 치밀어 올랐다. 남자가 아내 따라 쇼핑 갔다가 참을 수 있는 한계점은 90분이다. 아내는 그것도 모르고 다가와서 또 다시 물어본다. “이것은 어때?” 나는 드디어 폭발했다. “옷을 살 거야, 말거야? 나 먼저 간다.” 그렇게 말하고 집으로 와버렸다.

나는 행복한 세대를 살았다. 쇼핑에 동행해주지 않아도 되는 세대, 그러고도 큰소리치며 살아온 세대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의 문화는 다르다. 오늘의 20~30대가 그랬다가는 바로 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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