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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사법부가 재판을 ‘거래’하다(?) ②
[[제1608호]  2018년 9월  1일]

이러한 틈새를 잘 파악한 사법부의 수뇌부가 박 정권에게 먼저 위안부 문제와 아울러 강제징용 배상소송 문제를 대법원에서의 최종심의를 상당한 기간 동안 지연시킴으로서 박정권의 대일정책 중 사법적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사법부가 원했든 대가를 행정부로부터 얻어내려고 거래를 제안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그 대가 중에는 상고법원에 대한 지지 이외에도 판사들의 해외파견 인원 수를 늘이고 그들의 해외 출장 시 그 직급에 좀 더 적절한 의전을 보장받는 결과를 얻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는다. 이처럼 사법부가 자기들의 의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시키기 위해서 여느 이익단체(the Interest Group)처럼 로비를 한 것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선례를 찾아보기 드문 일인데 문제는 그들의 로비의 수단이 자기들이 출연한 시간이나 금전이 아니고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연관된 사법재판을 수단으로 삼았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에 법률안은 대통령과 국회의원만이 제출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것을 모를 리 없는 판사님들이 도대체 어떻게 해서 그런 발상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행정부나 입법부가 원하지 않는 일을 그들의 관심 재판과 맞바꾸자는 재판 거래는 조폭이나 마파아가 발의할 만한 제의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정상적이 지식인 더욱이나 정의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판사님들이 은밀하게 모여서 공모한 일은 되지 못한다.

그러면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또 어떻게 하면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먼저 무엇보다도 대법원장의 제왕적인 권한 때문에 생긴 사건인 만큼 그의 권한을 축소하는 길만이 해결책이다. 현재 우리는 사법부의 독립성이란 명분아래 대법원장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주고 있는데 대법원장은 대법관임명제청권, 3명의 헌법재판관, 3명의 중앙선관위원 등의 국가권력의 핵심인사를 임명하거나 추천할 권한이 있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전국의 근 2천명에 달하는 모든 법관을 임명하고 지방 및 고등법원장을 포함한 모든 판사를 전보·승진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거기에 약 19,000명의 일반직 법원공무원의 인사권도 함께 갖는다. 원래 인사가 만사라고 할 정도로 인사행정은 자칫 잘 못하면 파벌, 정실, 무능, 부패인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관장하는 정부기구도 독임제 보다는 합의제(, 중앙인사위원회)로 하는 것이 선진국가의 관행이다. 하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다뤄 정의를 세워야하는 사법의 인사는 문자 그대로 실적주의’(the merit system)에 입각한 제도여야 할 뿐만 아니라 인사의 전횡을 막을 수 있도록 견제와 균형이 제도화됨이 바람직한데 우리는 그 모든 권한을 대법원장 한 사람에게 몰아주고 있다. 더구나 그 상당부분이 일본제국주의의 법관인사제도를 그대로 본받아 시행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하겠다. 판사는 검사와 달리 대법원장의 지시나 명령을 받아서는 안 되는 판사 스스로가 독립된 헌법기관인데 이런 판사를 마치 검찰이나 경찰조직처럼 대법원장이 법관인사권을 통해서 계급화하고 서열화함으로써 행정부에 못하지 않는 사법부의 관료화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미국연방판사는 대통령이 지명하나 까다로운 상원의 인준과정을 통가해야하며 일본만 해도 검사, 변호사 등 사법경력 10년차의 유자격자 중에서 임명하는 것은 판사란 검사와 달리 법치국가에서는 헌법, 법률, 다음으로 중요한 판례를 만드는 인재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 우리나라가 이른바 사법농단으로 이루 말 할 수 없는 수모와 곤경을 겪고 있으나 이것을 계기로 우리 국민의 법의식이 한층 더 향상되기를 기대해 본다. 가장 가까운 예로 상식을 초월한 전관예우와 학연, 지연 등 연고를 끈질기게 따져서 얻어낸 불법, 위법, 탈법에 분노하고 고발하기보다는 자기와 자기 식구들에게는 무한대로 관대하면서도 남의 억울함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해서야 어떻게 자유와 민주에 뿌리박은 정의롭고 함께 사는 사회를 꾸려갈 수 있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조 창현(전 미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정치학교수, 전 중앙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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