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로신문
뉴스오피니언교양피플미션말씀특별기고 | 지난연재물
[제1646호]  2019년 6월  22일
기사검색
전장연 총회 교단 교계 동정 연합기관행사일정 특별기획 포토에세이
신앙과지혜
장로들의생활신앙
신앙산책
건강상식
법률상식
세무강좌
스마일킴장로와 나들이
남기고싶은 이야기
한주를 여는 시의 향기
교회음악교실
순례자
성서속 식물세계
원로지성
상선약수
생각하는 신앙
가정경영
이단사이비종파실태
마음의 쉼터
성서화 탐구
축복의 언어
국가안보
신앙소설
명사의 수상
스펄전의 아침묵상
바디바이블
Home > 교양 > 신앙산책
75.서울대반, 연고대(延高大)반
[[제1641호]  2019년 5월  11일]

젊은 시절 내가 교편을 잡았던S고등학교에서3학년의 학급편성은 전체 학생을 문과와 이과로 양분하였고 이 두 분야는 다시 각각 《서울대반》과 《연고대반》으로 나뉘었다.이러한 학급편성의 배경을 얼른 쉽게 들여다보면성적이 좋지 않아도 《연고대》에는 입학할 수 있다는 뜻이어서 학생들의 평균성적이 우수하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되지만 학생들끼리 말할 때는 전자를 《우수 반》으로후자를 《돌 반》으로 부르는 것이 보통이었다.

매월 치르는 모의고사 성적이 향상되어 《연고대반》에서 《서울대반》으로 옮긴 학생들은 사기가 충천하여 싱글벙글하지만 반대로 《서울대반》에서 《연고대반》으로 떨어진 학생들은 《돌 반》으로 낙하했다는 자괴감(自愧感)으로 낙심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당시는 대학입시에 본고사가 있어서 학생들의 진학지도는 경쟁 일변도였으므로 이러한 학급편성에 대하여 감히 불만을 표시하는 학생들이나 학부형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바깥 날씨가 섭씨30도를 오르내리는 불가마 같은 어느 여름날이과에 속한 《연고대반》에 수업을 하러 들어갔는데 바로 교탁 앞에 앉아 있는 김 군이 머리를 반들반들할 정도로 면도로 삭발을 하여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반사될 정도였다김 군은 평소에 성실하고 온순한 학생이어서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무심코 한 마디를 던졌다.

“김 군아니 왜 머리를 이렇게 박박 밀었나그냥 기계로만 깎지 않구서그리고 밖에 나갈 때꼭 모자를 쓰고 나가야지 햇볕이 너무 강해서 자칫하면 머리에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까!” 그때 그는 아무런 대답도 않고 쑥스러운 듯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지고 있었다그 때 학급의 여기저기서 짓궂은 친구들의 장난기 섞인 농담이 오가고 있었다“선생님얘가요《돌 반》으로 떨어진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머리를 저렇게 민 거예요.” “얘가요오늘부터 새로 마음잡고 공부하겠대요.

그로부터 약15, 6년이 흐른 뒤의 일이다어느 날 전남 광주의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는 옛 제자 한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그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였지만 얼른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하지만 제자에게서 온 전화이므로 매우 반가웠다.

그는 토요일 오후에 대전에 와서 나를 만나고 싶다고 하여 오랜만의 사제 간의 해후(邂逅)가 이루어졌다만나고 보니 오래 전 《서울대반》에서 《연고대반》으로 옮겨 면도로 머리를 밀었던 김 군이었다.“반갑네그런데 대전에는 무슨 볼일이 있었나?” “아닙니다문 선생님을 뵙고 싶어 왔습니다.” “그래참 잘 왔네.” “어디 가서 저녁이나 같이 하세.” “오늘은 제가 선생님께 식사를 한 끼 대접하고 싶습니다그래서 일부러 선생님을 찾아 뵌 것입니다.

 15, 6년 전당시 그의 학급에서 벌어졌던 상황을 재현하는 김군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학급에 수업하러 들어온 교사들마다 그의 머리를 보고 모두 한 마디씩을 했는데 내 수업 직전에 들어온 교사가 “야면도로 머리를 민다고 ‘돌’이 ‘다이아몬드’가 되냐?”라고 농담 한 마디를 했던가 보다당시 군사정권 하에서 군사훈련을 받는 남학생의 교실에서 교사가 제자에게 그 정도의 농담은 다반사(茶飯事)였지만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 등록금하숙비생활비용돈을 보내주시는 부모님께 송구스러움과 자신에 대한 반성과 결단의 표시였는데 여러 친구들에게 조롱감이 되는 것이 내심 불편하였고 ‘돌’ ‘다이아몬드’ 운운하는 말을 듣고 자괴감이 큰 상태에서 영어선생의 따뜻한 한 마디가 너무 가슴에 닿아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잊을 수 없었다고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였다.

그는 그곳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그 지역 대학의 대학원에서 화학을 전공하여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하면서 기회가 되면 대학에서 가르치고 싶다는 포부도 말하였다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서40여 년의 교직생활 중에 제자들에게 좀 더 따뜻하게좀 더 성의 있게그리고 좀 더 진실하게 제자들을 지도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릴 때가 많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

•목원대 명예교수>

[ 저작권자 ⓒ 장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저작권문의
이번호 많이 본기사
기드온의 ‘금 에봇’
타락한 천사, 사탄, 루..
147. 철종의 가계도 ..
[장로] 평생을 교회·..
332. ‘기도합니다’와..
59. 초락도 금식 기도..
<94-총회총대5>
“사나 죽으나, 선하게 ..
<94-총회총대4>
331. ‘고범죄’에 ..
만평,만화
북한선교주일, 화해와 복음으로 .....
오직 성령이 우리에게 임하시면.....
호국보훈의 달, 나라를 사랑하는.....
공지사항
[정기휴간]5월 10일자
[9월 28일자] 추석연휴 휴간..
회사소개구독신청 지사 Contact Us Site Map

한국장로신문의 모든 콘텐츠(기사) 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 등을 금합니다.
청소년보호책임자: 이승담 | Copyright (c) JANGRO.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