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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밥상머리 교육③
[[제1659호]  2019년 10월  5일]

어머닌 그것 말고도 끊임없이 일을 하셨다. 아버지의 외벌이로는 도저히 살림이 감당되지 않으셨기에 좌판에 농사지은 것들을 가져다 놓고 파는 일까지 불사하셨다. 그러다 보니 집안일이나 잡일 등을 우리가 맡아서 하는 건 당연했다. 나 역시 다양한 일을 해야 했는데 그중에서도 돼지 밥을 수거해 오는 일이 가장 곤혹스러웠다.

국창아, 가서 돼지 밥 가져와라.”

이런 명령이 떨어지는 날은 재수 없는 날이었다. 축사에서 키우는 돼지가 어찌나 많이 먹는지 날마다 돼지 밥을 주어야 했는데, 그러려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버려진 음식물을 수거해 가져와야 했다. 집 앞 양동이에 놓인 돼지 먹이를 수거하려면 가까운 곳에서부터 길게는 30분 넘게 걸리는 곳까지 다녀야 했는데, 양동이를 들고 다니느라 힘들 뿐 아니라 창피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때는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돼지 먹이가 가득 든 양동이를 들고 오다 보면 꼭 여학생들과 마주치곤 했다. 우리 동네는 탄광촌답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도 딱 하나씩 있었다. 그러니 거의 모두가 안면을 트고 지낼 수밖에 없는 폐쇄적인 공간이었다. 옆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수 있었고, 그 집 자식들이 어떤지 알 수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사춘기 시절 아닌가. 알고 지내던 여학생 앞이라 해도 감성적으로 예민할 때였다. 그런 시기에 돼지먹이가 가득 든 양동이를 들고 철벅철벅 걸어오는 모습을 보인다는 건 참 창피한 일이었다.

이런 심정을 어머니가 알 리 없었다. 이런저런 변명을 하다 안 통하면 지척지척 일어나 돼지물을 받으러 가곤 했다. 한번은 하도 일을 시키셔서 일을 하지 않으려고 벽장 속에 전구를 설치하고 바둑과 장기를 두었는데, 눈치 빠른 어머니가 그 모습을 발견하시곤 장기판과 바둑판을 아궁이 속에 집어 던진 일도 있었다.

그런 어머니도 공부만큼은 인정해주셨다.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고 학교 공부를 곧잘 했던 내가 공부하고 있을 때는 일을 할당하지 않으셨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형제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이고 언제나 공부가 먼저라고 생각하셨기에 공부를 하고 있을 땐 그 어떤 일도 시키지 않으셨지만 놀거나 쉬고 있을 때면 어김없이 일이 떨어졌다. 그래선지 어렸을 때부터 내 DNA에는 공부를 해야 인정받는다’, ‘밥의 무게는 곧 일의 가치다라는 생각이 들어찼던 것 같다.

지금도 나는 밥상머리 교육을 떠올리곤 한다. 밥을 먹을 때마다 밥 먹을 자격이 되는지 끊임없이 상기하게 했던 어머니의 말이 교육 방식이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사는 게 팍팍해서 퉁명스럽게 나온 이야기 속 어디엔가 성실함이야말로 생존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임을 알게 해주려는 마음이 있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현업에 종사하면서 밥상을 대할 때마다 생각한다.

나는 밥의 무게를 제대로 느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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