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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사건을 통해 온다 ②
[[제1664호]  2019년 11월  16일]


 

대학에 진학하자. 서울로 가는 거다.’

이곳을 벗어나는 길은 대학에 진학해서 유학을 떠나는 길뿐이라는 생각에 마음 단단히 먹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다. 가정 형편을 생각하면 서울 유학, 대학 등록금이 웬 말인가 싶었지만 고맙게도 부모님은 자녀의 교육 문제에는 너그러우셨다.

그래 좋다. 늬 공부 잘하고 똑똑한 거 잘 안다. 대학 가라. 등록금은 어떻게든 마련하면 안 되겠냐? 대신, 늬 아래로 줄줄이 동생들 있으니까 재수는 절대 안 된다.”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결심은 했지만 사실 앞길은 막막했다. 공부는 곧잘 했고 노력하면 안 될 게 없다는 자신감도 있었는데 그것만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는 없었다. 바로 그때 한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태백촌의 한 기업가가 인재를 후원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에서 장학제도를 운영하는 일이 없었는데 태백을 대표하는 강원산업(삼표연탄)CEO였던 고 정인욱 명예회장님께서 조금 앞선 생각을 하신 것이다.

회장님은 강원도 태백이 탄광촌이긴 하지만 이 지역의 우수한 인재를 배출해내는 일에 남다른 열정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 이곳의 많은 젊은 인재들이 기껏해야 광업소에서 일하며 주저앉는 것이 안타까웠는지 지역을 대표하는 인재를 선발해 대학에 보내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이다. 기회다 싶었다. 지역 기업가가 후원하겠다는 인재는 태백 지역에 있는 학생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었다. 다만 그 말을 내 사건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냐가 중요했다.

기업에서 후원하겠다는 인재의 조건을 충족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있었고 그들이 말하는 우수한 인재가 되기 위해 상위권 대학 진학은 필수 조건이었다. 오히려 주변 친구들이 더 걱정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고등학교에 광산과만 있다 보니 광업 기술을 가르치는 , 일반 교과목에 대해서는 인식이나 지도 수준이 낮았다. 거의 독학에만 의존해야 했던 탓에 독하게 마음먹고 공부했다.

많은 가족이 복닥거리며 살다 보니 변변한 공부 장소는커녕 자습서 같은 책을 구하는 일도 요원했다. 선생님에게 부탁해서 책을 얻기도 하고 어렵게 문제집을 구해 보기도 하면서 혼자만의 공부가 이어졌다.

좁디좁은 벽장은 나 자신과 사투를 벌인 공간이었다. 일본말로 후시마라고 하는 벽장 속 작은 공간을 공부방으로 삼은 것은 혼자만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함도 있지만 어머니 눈에 띄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었다. 어머니는 대학에 가겠다는 나의 뜻을 아셨음에도 때때로 일을 시키셨기에 어떻게든 눈에 띄지 않고 공부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틀어박혀 책을 파고 또 팠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놀기 바빴다. 학업성적이 그리 중요치 않고 진로가 정해져 있어서인지 대부분 놀 건수만 만들었고 나로선 무척이나 견디기 힘든 유혹이었지만, 억지로 머리를 흔들며 뒤돌아서곤 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일찌감치 서울로 공부하러 갈 아이, 대학 갈 아이로 알려져 나중엔 친구들이 끼워줄 생각도 안 했다. 그래도 마음속으론 늘 유혹과 싸우며 책상 앞에 앉았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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