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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사건을 통해 온다 ③
[[제1665호]  2019년 11월  23일]


그 흔한 고3병 따윈 겪을 새도 없었다. 매일 정해진 일과대로 생활을 하고 때때로 집안일도 거들어가며 책과 씨름한 끝에 드디어 고3 입시가 치러졌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연세대학교 전기공학과에 합격했다.

지금도 합격자 발표일이 기억난다. 일찍부터 서울행 기차를 타고 올라가 청량리역에 내렸다. 신촌으로 가기 전 급한 마음에 조간신문을 샀다. 당시에는 신문에 대학 합격자 발표가 났기 때문이다. 신문을 펼치고 내 이름을 찾아보는데 이게 웬일인가, 아무리 눈을 비비고 찾아봐도 내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어찌나 실망했는지 신촌에서 자취하고 있던 형님과의 약속도 잊은 채 태백으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라 신촌 형님 댁으로 터덜터덜 걸어가 초인종을 눌렀다. 그런데 형님이 빙그레 웃으며 나를 맞아주었다.

너 합격되었더구나.”

깜짝 놀라 형님이 내민 신문을 보니 붉은색 펜으로 밑줄이 그어진 내 이름이 보였다. 얼마나 긴장했으면 내 이름도 찾지 못한 것이다. 꿈인가 생시인가 싶고 어찌나 기뻤는지 모른다.

합격 소식은 삽시간에 온 동네에 퍼져나갔다. 처음엔 내가 정말 대학에 갈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던 분들도 합격 소식을 듣고 놀라워했다.

지금껏 한 번도 일류 대학에 학생을 진학시킨 역사를 쓰지 못한 모교에도 일대 사건 이었다. 등록금을 후원하겠다고 한 기업에서도 좋은 인재가 탄생했다며 흡족해했다.

나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태백을 벗어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대학 입시라는 사건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면서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로소 나에게 태백을 벗어날 기회가 열렸다. 그 후 내가 걸어간 길은 만약 태백에 머물러 있었다면 결코 경험할 수 없었을 방향으로 뻗어갔다. 이전까지는 생각지도 않았던 방향으로 말이다. 그러고 보면 기회는 내가 어떻게 해보려고 아등바등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주어진다. 그 사건에 적극적으로 임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기회를 잡느냐 못 잡느냐가 결정될 뿐이다. 그러니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잘 반응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능동적인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흔이 훌쩍 넘은 지금도 나는 새벽 5시 반이면 어김없이 기상한다. 새벽기도를 하고 독서 시간을 가진 뒤 영어 공부를 시작한다. 전화로 하는 원어민 영어 수업을 제법 오랫동안 받고 있는데, 언어는 노출이라는 말처럼 매일매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재미도 쏠쏠하고 어느 정도 자신도 붙는 듯하다.

기회는 사건을 통해 올 때가 많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평범한 이들에게 있어서의 기회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변 상황이나 사건은 통해 조성된다. 이때 벽장을 공부방 삼아 어떻게든 이 악물고 버티며 공부하는 능동적인 마음가짐, 그것이 곧 성공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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