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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눈을 뜨다 ①
[[제1666호]  2019년 11월  30일]

축 합격! 강국창, 연세대학교 전기공학과 합격!’

대학에 합격하자 마을 어귀에 현수막이 걸렸다. 부모님은 동네 사람들을 모아놓고 잔치를 벌였다. 그동안 학교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갑자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으니 쑥스러웠지만 이런 내가 자랑스러워 기쁨을 숨기지 못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지켜보는 흐뭇함도 있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기까지 한동안 나는 마을의, 학교의 자랑이 되었다. 지역 기업의 후원을 받을 첫 번째 수혜자로 선정되어 기업에서도 여간 기뻐한 것이 아니다. 그해 나와 함께 장학금 수혜자가 된 또 한 명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인하공대에 합격했고 우리 둘 다 공대에 합격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실 대학 진학을 준비하면서 나는 잘하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는 수학을 전공해 선생님이 되고자 했었다. 하지만 수학 같은 순수과학 계통의 전공보다는 실무적이고 실전에 강한 공학 계통 전공의 전망이 좋다는 여러 의견을 수렴하여 공대로 진로를 바꾸었다.

거의 독학하다시피 대학 진학을 준비하면서 공부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탄광촌 공업고등학교에서 서울의 명문대에 입학하는 일이 거의 없다보니 대학별 특성이나 각 학과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거의 없었고, 이렇다 할 상담을 해줄 선생님도 없었다.

어이, 강원도!”

학교도 혼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학교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의 집합소였다. 그곳에서 만난 모두가 처음 보는 이들이었다. 태백에서 올라온 나를 몇몇 친구들은 강원도라고 불렀다. 아무래도 강원도 사투리를 쓰는 내가 그들에게 인상 깊었나 보다. 그 당시 강원도 출신의 동급생들이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어떻게 불리고 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의 생활에 적응하기 바빴다. 낯설고 물선 서울에서 하숙을 얻고 부지런히 눈치를 보며 살았다. 아는 게 별로 없으면 눈치가 빨라야 한다. 약삭빠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문화를 빠르게 이해하고 습득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공학도가 된 나는 전공에도 조금씩 눈을 떴다. 공학의 세계는 그동안 독학해 온 순수과학인 수학과는 많이 달랐다. 수학을 바탕으로 한 과학을 현실 세계에 활용하는 실전학문이었다. 학과 수업도 실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것도 모른 채 덜컥 입학한 나로서는 후폭풍이 걱정됐으나 그것은 기우였다. 우리나라 산업이 한창 성장세에 오르는 시점에 필요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어릴 때부터 기계를 만지고 즐겼던 일의 연장이란 반가움으로 학과에 쉽게 적응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시대가 변해도 사람의 위력은 쉽게 변치 않는다. 어디에 가나 사람과 맺는 인연, 인맥은 적응력을 키워주고 나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서울에서 만나는 지방 출신들은 금세 가까워진다. 지방이 고향이라는 사실만으로 대동단결하고, 사투리를 쓴다는 유대감으로 친구가 된다. 출신 지역이 지근거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연대감이 느껴져서인지 그렇게 친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서울 토박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러 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여럿의 힘으로 극복하려는 의지일 것이다. 어쨌든 나는 대학생활 내내 그들과 함께하는 낙으로 살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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