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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눈을 뜨다 ②
[[제1667호]  2019년 12월  14일]

사람을 사귀는 데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무작정 상대방에게 친구하자며 들이대선 곤란하다. 대학에 진학할 정도가 되면 나름 인생관도 확립되어 있고 주변인들에게 인정 받아온 친구들이기에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대학 외에서 만난 친구는 막 대해도 된다는 소리가 아니다. 내가 속한 그룹의 특징과 성향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어느 정도 학교생활에 적응하면서 지방에서 올라온 몇몇 친구들과 더욱 가까워졌다. 나는 탄광촌 출신이란 사실을 친구들에게 굳이 숨기지 않았는데, 그런 솔직함이 신뢰감을 주었던 것 같다. 또 워낙 대식구 틈에서 많은 형제와 살았던 터라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이 몸에 배어 있었는지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친구들에게는 친밀감을 불러일으킨 듯했다.

그렇게 1학년은 친구를 만드는 일과 놀기에 열중했다. , 담배, 미팅으로 이루어진 대학생 문화를 열심히 즐기며 살다 보니 어느 샌가 주변에 친구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친구들끼리 모임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리더가 되었다. 점차 활동 반경도 넓어졌다.

국창아, 니가 우리 학교 강원도 삼척군 출신 학우모임 대표를 맡아라. 그리고 강원도 학우회로도 진출하자!”

그래, 네가 가장 적극적이잖냐. 강원도의 힘을 좀 보여주자.”

지방 출신 대학생 모임의 리더를 맡다 보니 이 조직의 회원을 서울 전체로 확대하게 되었다. 지방에서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연세대 뿐만 아니라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유학 온 친구들 전체의 모임이 결성되었고 나는 이 모임의 학우회장까지 맡는 등 2학년이 되면서는 정신없이 바빠졌다.

학우회장이 주로 하는 일이란 모임을 주도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서울로 올라온 뒤의 나는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발 넓은 리더가 되어 있었다. 과연 사람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지금도 돌아보면 대학 시절만큼 신나게 시간을 보낸 적도 없는 것 같다. 대학 시절에 즐길 수 있을 법한 놀이는 다 섭렵했다고 자부할 정도로 등산과 바둑, 당구, 족구, 볼링 등 여러 다양한 취미 활동을 했고, 그를 통해 인맥을 넓히는 동시에 그 인맥으로 각종 정보와 사람을 알아가면서 사회생활을 미리 경험했다고 할까. 물론 그로 인해 주머니 사정이 딱해져서 집에서 보내주는 유일한 하숙비를 홀랑 쓴 뒤 입주과외를 하며 부족한 돈을 메운 기억도 있다. 하지만 그때 그 시절 사람과의 관계를 배우고 알아간 것이 대학 생활 중 가장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엔 변함없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 가끔 현장에서 갓 사회로 나온 청년들을 보거나 강연에서 대학생을 볼 때면 좀 서글퍼지기도 한다. 이제 갓 10대를 벗어나 성인의 대열에 든 시절에 가장 소중한 배움인 사람공부보다 취업공부를 먼저 하고 있어서다. 취업의 문이 좁디좁아진 지금의 현실에 안 맞는 말이라고 할지 모르나 그래도 나는 사람공부가 먼저였으면 좋겠다. 그래야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더 넓어지고 따뜻해지며,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다양한 방법을 터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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