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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절망의 때 희망의 불을 비추어 준 김취성 장로님(上)
[[제1689호]  2020년 5월  29일]

칠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위태롭고 절박했던 순간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부산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서울에 올라와 맹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학비를 내지 못해 책상 없이 마룻바닥에 앉아서 수업을 들어 야 했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 때부터는 안마와 해부생리 과목이 전체 수업의 반 이상을 차지했는데그 과목들이 적성에 맞지 않아 안마 시간만 되면 마치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생각하면 고생스러운 날들이었다.

교사들은 여름에도 두꺼운 옷을 입고 와서 어깨와 팔다리에 안마를 하라고 하였다하지만 두꺼운 옷 때문에 아무리 눌러도 자극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그럴 때마다 그들은 이 자식아이게 너의 밥통이야!” 하며 나를 때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나는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매일 새벽마다 교정에 있는 100년 된 은행나무 밑에 앉아서 이 학교를 떠날 수 있는 길을 주세요.”라고 통곡하면서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했다그러나 매일 기도하여도 응답은 빨리 오지 않았다어느새 1학기가 지나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나는 변함없이 새벽마다 나무 밑에 앉아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비가 오면 비를 맞아 가면서 기도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10월에 학교에서 버스를 빌려 소풍을 갔는데거기서 먹은 음식이 잘못되어 전교생의 99%가 장티푸스에 걸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학교는 휴교를 하게 되었고각 신문과 방송에 이 소식이 보도되었다휴교 중에도 나는 변함없이 은행나무 밑에 가서 기도를 했다.

평소에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돌봐 주시는 전도사님이 계셨는데어느 날 낮에 나를 찾아와 네 장차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셨다나는 성직자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그러자 정말 성직자가 될 것이냐?”하고 다시 물었다나는 틀림없이 성직자가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전도사님은 나에게 한 선교사님을 소개시켜 주셨다그 선교사님으로부터 학생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그리고 똑똑하고미래를 향한 희망을 가지고 있으며신앙이 좋은 학생을 찾고 계셨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전도사님은 그동안 찾던 사람이 나인 것 같다고 하시면서나의 손을 잡고 종로5가에 있는 선교사님 자택으로 찾아갔다

그 선교사님은 나에게 몇 마디 질문을 하셨다그리고 기뻐하시면서 바로 너 같은 학생을 찾았다고 반기셨다

앞으로 많은 것은 아닐지라도 중학교부터 신학교 졸업할 때까지 학비를 도와주겠다고 하셨다

나는 선교사님의 말을 듣자마자 하늘을 날 듯 기뻤다하나님께서 나의 오랜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시는 순간이었다.

나는 바로 맹학교에 가서 자퇴 원서를 내고 종로에 있는 영수학원에 등록하여 공부를 시작했다그런데 문제가 있었다일반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 중고등학교에서의 나의 입학을 허락해 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당시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심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놓고 다시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그 이듬해 서울 시내에 있는 세 곳의 기독학교에 입학 허가를 달라고 편지를 보냈다

그중 숭실중고등학교로부터 연락이 왔다나는 전도사님의 손을 잡고 학교를 찾아갔다지금은 하늘나라에 가신 김취성 교장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이 계셨다선생님들은 나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였다전교생 중에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은 나 하나인데그 속에서 이겨 낼 수 있겠는지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를 자세히 물으셨다

그때 나는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4:3)는 말씀으로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이어서 많은 과목들을 어떻게 공부하려고 하느냐고 물으셔서 기도하며 믿음으로 생명을 걸고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장로님이셨던 김취성 교장선생님께서 이놈 봐라 참 똑똑하구나희망이 있다학교에서도 힘껏 도와줄 테니 입학해서 열심히 공부하거라.” 하고 격려해 주셨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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