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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제도화의 심화가 절실하다 ②
[[제1693호]  2020년 6월  27일]

글_조창현 장로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펨부록)정치학 교수 · 전 중앙인사위원장>


현재 국회는 내부구조를 제대로 구성하지 못해 일꾼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공장과 같다. 국회가 제대로 가동되려면 현재보다 더 많은 하부구조가 제도화 되어야 하며, 지금처럼 기능이 자주 마비될 수밖에 없는 제도를 속히 혁신해야 한다. 제도화와 하부구조의 구체적인 내용을 논하기 전에 왜 그동안 제도화가 더디게 진행되었는지, 하부구조의 구성이 늦춰졌는지 살펴보자.

첫째, 의회 제도에 대한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의원들은 그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선진국의 의회를 순방, 답사하며 제도를 견학했으나 실상은 악수하고 사진을 찍느라시간이 없어서 견학을 제대로 하지 못한 모양이다. 이보다 더욱 결정적인 이유는 많은 의원들이 의회란 의례히 이렇게 운영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의 민주정치 역사는 불과 70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조선왕조 500년 동안 잘 길들여진 관료들에 의해 행정부는 나름대로 발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시작된 의회의 역할이나 입법 과정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 점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이정도일 줄은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 야당이 생각해 낸 가장 커다란 무기는 다름 아닌 행정부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여당의 독주를 차단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시도에 언론이 호응하면서 야당은 마치 독재에 저항하는 민주, 애국 세력으로 스스로를 나타내려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다. 그동안 의회 내의 하부구조 변경을 위한 시도가 실패한 원인 역시 반민주적 독재로 가는 길일 수밖에 없다고 믿는데 뿌리가 있지 않았나 싶다.

둘째, 많은 경험과 경륜을 쌓았다고 인정받는 의원들(특히 명예욕이 강한)이 입법 활동에 자신의 생애를 바쳐 승부를 걸 생각은 없고, 대통령이나 국무위원이 되기 위한 징검다리 혹은 과정으로 생각하면서 양다리를 걸치기 때문이다.

17천만 원씩이나 되는 세비를 연봉으로 받으면서도 자신이 속한 상임위원회에서의 활동을 보면 놀랄 정도로 적은 시간을 보낸다. 반면, 자신이 속한 정당의 활동을 위해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그들은 과연 선거구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의 경우, 하원의원들은 단순히 한 차례의 의원 활동으로 끝낼 생각이 없기 때문에 의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다선의원이 되기 위해 임기 내내 주말마다 지역구를 다니며 주민들과 소통한다. 선거에서 다수당이 되었다는 것은 단순히 경쟁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 국가운영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 그래서 의회에서는 다수당의 다선의원을 우대하여 상임위원장이나 소위원회위원장으로 추대한다고 해서 비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혹자는 의회와 행정부를 같은 정당이 모두 차지할 경우 잘못된 결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으나 사실상 그것이 불가능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이 속한 정당의 지도부가 결정한 정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따르지도 않는다. 독립된 투표권을 행사하고 추후에 정당으로부터 불이익을 받기보다, 오히려 그의 표가 필요한 현직 대통령으로부터 로비를 받는 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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