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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이제는 죽으러 가야겠다
[[제1544호]  2017년 4월  8일]


바울 사도와 예수 그리스도의 삶 속에서 가장 분명한 한 가지 공통점은 마지막 결단의 모습이다. 고린도 교회에서 1 6개월의 목회를 마감하고 다시 수리아의 안디옥으로 돌아오기 직전 바울 사도는 겐그레아에서 머리를 깎았다 한다. 그가 머리를 깎은 이유는 서원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슨 서원을 하였기에 머리를 깎았을까? 다시 그가 3차 전도여행을 마치고 수리아의 안디옥으로 돌아가지 않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가이사랴에 들렀을 때에 그는 예루살렘으로 가기로 했다. 그는 예루살렘에서 유대인들로부터 고소를 당하고 가이사랴로 끌려와서도 다시 로마로 가기를 결단한다. 굳이 가지 않아도 되었을 길을 결단하고 순종함으로 그 길을 따라가는 바울의 모습이 처연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의 결단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시는 장면에서 드러난다. 하나님께하실 수 있거든 이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라고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 그 자체이다. 그러나 자신의 원대로가 아닌 하나님의 뜻대로 하시라는 순종의 기도는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이 먹먹하게 한다. 그 기도 소리는 내 가슴에서 울려 큰 울림으로 되돌아온다. 그 순간 나는이제 죽으러 가야겠다’는 예수의 소리가 들린다. 살기 위해서는 죽어야 한다는 주님의 가이사랴 빌립보에서의 말씀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이제는 죽으러 떠나야겠다는 바울과 예수님의 마지막 결단이 오늘 내게 고민을 던진다. 다시 살기 위하여 죽음의 길을 선택하는 자의 고통이 내 눈에 보인다. 죽어야 한다. 이제는 죽는 길을 떠나야 한다. 짧은 인생을 살기보다 영원히 살기 위하여 오늘은 죽어야 한다. 죽어야 부활함을 믿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은 무엇이며 죽는다는 것은 또한 무엇인가? 삶과 죽음이 어지럽게 우리 가운데 엉켜 있다. 하지만 이제 죽고 사는 것이 하나임을 알았다. 살아있음도 죽어있음도 나누어지지 않는다. 어차피 짧은 인생에서 영원한 삶이란 없다. 오히려 길게 그리고 깊게 삶과 역사를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야 죽음도 두렵지 않게 될 것이다. 산다는 것이 허망함을 넘어 죽는다는 것도 그리 두려울 것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현재의 삶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바울과 예수님은 그런 진리를 알았다. 그분들에게 하나의 철학은 죽어야 산다는 진리다. 죽음이 죽음이 아니라 영원한 삶을 약속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오늘 나에게 죽음은 무엇인가? 이제는 죽으러 가야겠다. 두려워말고 죽음의 길을 따라야 한다. 버리고 비우고 내려놓고 바울 사도와 예수가 살았던 삶을 선택할 날이 오고 있다나는 이번 선교와 순례의 여정을 통해 다시 한 번 바울 사도와 예수님의 삶과 죽음을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는 죽으러 가야겠다는 그분들의 마지막 결단을 내 삶 속에서도 따라해 보련다.

유해근 목사<()몽골울란바토르 문화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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