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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름이 중요한가?
[[제1331호]  2012년 8월  4일]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한다. 누구나 아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름에 특별히 관심이 많고, 이름을 존중히 여긴다. ‘유명(有名)인사’라면, 이름이 있는 사람이요, ‘무명(無名)의 존재’라면 이름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우리말에서 훌륭하고 좋은 것을 말할 때는 흔히 이름을 뜻하는 명(名) 자를 붙였다. 명품(名品), 명소(名所), 명산(名山), 명문(名門), 명곡(名曲), 명작(名作), 명필(名筆), 명화(名畵) 등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성경에서도 이름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모세가 출애굽의 지도자로 소명을 받았을 때 하나님께 물었던, 첫 번째 질문은 ‘하나님의 이름’이었다. 십계명의 세 번째 계명은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는 것이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흩어져 나갔다가 돌아와서 주님께 보고했다. “주여! 주의 이름으로 귀신들도 우리에게 항복하더이다.” 제자들의 흥분한 말을 듣고 예수님을 말씀하셨다. “귀신들이 너희에게 항복하는 것으로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으로 기뻐하라.”(눅 10:17-20)

창세기 11장에는 유명한 바벨탑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바벨탑을 쌓던 대공사가 실패로 돌아간 데는 그 이유가 이름과 관계되어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바벨탑의 무대는 ‘시날(shinal) 평지’이다.(창 11:2) 그곳은 오늘날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이락’의 남부지역이다. 필자는 사담 후세인이 몰락하기 직전, 전운이 감도는 이라크을 답사한 일이 있었다. 당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한 때여서, 그곳의 정세가 극도로 불안했다. 주변 사람들의 만류가 있었지만, 성경의 세계, 즉 성경 역사의 현장을 내 발로 밟아보고, 내 눈으로 확인하고, 체험하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그곳을 다녀왔다. 성경과 관련된 지역을 답사해보면, 책에서는 얻을 수 없는, 살아있는 지식을 현장에서 얻을 수 있어 성경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시날 평지의 답사도 마찬가지였다. 그 지역은 지질적으로나 지형적으로 두 가지 특징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째는 그곳은 바둑판처럼 평평한 대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평야이다.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 남쪽방향으로 400km를 달리면, 아브라함의 고향 ‘우르’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이 넓은 시날 평지에는 높은 산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글자 그대로 평평한 땅, 평지이다. 둘째는 이 지역 양편으로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 두 강이 흐르고 있어 이 주변에는 주기적으로 홍수가 일어난다. 홍수가 날 때면 상류에서 실려온 비옥한 흙들이 이 지역에 침전되어 기름진 땅을 이룬다.

시날 평지는 이렇게 비옥한 평야이고, 두 강이 흐르고 있어 물이 잘 공급되고, 기후는 온화해서 사람들이 살기에 좋은 두루 조건을 갖추고 있다. 창세기 11장에 기록된 대로 동방으로 이동하던 고대인들이 왜 이곳에서 발길을 멈추고 정착했는지 알 만하다. 그러나 시날 평지에도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이 지역에서는 건축에 필요한 석재(石材)를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박준서 목사 <연세대 구약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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