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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四寸인가 날세
[[제1386호]  2013년 10월  19일]

사람이 산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돌이켜 보면 매양 하는 일들이 거기서 거기이지 싶다. 범부의 삶이란 대부분 굴곡이 없이 십년 전이나 오늘이나 변한 것도 변화를 받은 것도 크게 느끼지를 못하니 말이다. 우리네 인생대강(人生大綱)은 매 연륜마다 10대에서 상수(上壽)에 이르는 동안 계곡에 깔린 징검다리를 건너는 행로이다. 그런데 그 깊은 계곡에 깔린 징검다리를 하나하나 밟고 건너가기가 그리 쉽지도 편치도 못함은 무슨 연유일까? 어느 돌은 흔들리고 어느 돌은 미끄럽고 어느 돌은 물에 덮였고 어느 돌은 간격이 멀어 건너기가 힘들고 하니 아마도 이것이 인생길이 아닌가 싶다.

늘상 그렇지만 저녁 9시 뉴스가 끝날 무렵이면 온몸이 축 늘어져 피곤이 몰려온다. 때론 TV 앞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내자에게 책잡힐 때도 있고 어린 손녀한테 놀림을 받을 때도 있다. 나의 하루 생활 중 제일 먼저 시작되는 일은 새벽기도회 출석이다. 5km 밖에 있는 교회를 가려면 늦어도 4시는 기상해야 하는데 이제는 좀 벅찬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교회를 다녀와 출근 준비를 하다 보면 수면을 충족 못해 늘 피곤이 찾아든다.

늘상 나의 하루는 9시 뉴스로 마무리를 한다. 그리고 버릇처럼 터져 나오는 하품을 참으며 부랴부랴 피곤한 몸을 끌고 잠자리에 들며 하루의 감사를 주께 올리는 것이다. 잠자리에 눕기가 무섭게 혹사(酷使)를 당한 내 영혼은 곧바로 피안(彼岸)의 세계에 나래를 편다. 잠맛이 어찌 그리도 좋은지 육질 좋은 한우 맛이, 신선한 생선회 맛이 차안(此岸)의 이 질각에 어찌 비교를 하겠는가. 이처럼 하루를 마감하는 나의 잠자리는 너무도 행복하다. 내 영혼은 정말로 행복하다. 잠을 설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잠이란 아무에게나 주는 특권은 아니지 싶다.

어느 날이다. 내 영혼이 무아(無我)의 열락(悅樂)을 유영(遊泳)하는데 요란스럽게 전화벨이 울린다. 한밤중의 전화벨 소리, 전화기가 문명의 이기(利己)가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오밤중에 들려오는 그 소리를 달가워 할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야 대부분 급한 용건으로 건 전화이기 때문이다. 가령 누가 위급하다든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든지 이와 같이 급한 소식으로 상대의 일부 생활리듬을 바꿔놓는 소식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근년에 와서 우리집 전화는 내 전화보다는 성장한 아이들이나 교회의 권사인 내자의 전화가 대부분이다. 아무튼 나는 좀 짜증이 섞인 소리로 곤하게 잠든 시간인데 “잠들은 자지 않고” 하면서 몸을 벽쪽으로 돌려 눕는다.

그런데 늦도록 책을 읽던 건너 방 막내가 “아버지 전화 받으세요” 한다. 나는 몹시 귀찮아 하면서 한편으로는 내심 걱정을 하면서 눈치껏 아버지 주무신다든지 출타 중이라든지 하면 될 일을 눈치 없이 잠을 깨우는 덜된 자식의 수완이 밉기까지 한 것이다.

“전화 바꿨습니다”. “사촌(四寸)인가 날세.” 천안(天安)에 사시는 사촌 형님이시다. “아! 형님이세요. 그동안 평안하셨어요?” 고희를 앞두신 내 사촌 형님은 참 자상한 분이시다. 선친으로부터 남달리 사랑을 받으신 분이다.

이 어른은 나의 맏형보다 생일이 위라 형 대접을 받는다고 늘 말씀을 하신다. 김일성의 난 때 나의 백형은 육군으로 이 어른은 해군으로 입대했다. 나의 백형(伯兄)은 사변 전에 호국군(護國軍)에 적을 두고 계셨으나 2사단에 편입 전투 중 금화고지에 전서를 하셨고 사촌은 해군 702함대 소속 해군으로 전투 중 전함이 파손되어 일본에서 수선 중 휴전이 되어 생존하신 것이다. “형님 웬일로 전화를 하셨나요?” “다들 별일 없었나? 계수씨도 안녕하신감. 다름 아니구 할아버지 산소 말일세.”

내 선친은 3형제 중 맏이셨다. 조부께서 세상을 뜨시자 선산에 모셨다가 지관이 연일 찾아와 좌청룡 우백호(左靑龍, 右白虎)를 들먹이며 당대발복(當代發福)이니 후대발복(後代發福)이니 하며 솔깃한 바람을 넣자 3형제분들이 오밤중에 조부모님을 국유지에 이장을 했다. 아무튼 내 조부모님은 명당 탓으로 60여 년을 남의 땅에 계셨다. 국유지였던 땅이 해방이 되니 사유지가 된 것이다. “내 나이가 70이 다 되었네. 우리 손으로 이장을 못하면 증손에게 짐을 지우는 것일세. 형제들과 의논하여 종산으로 이장을 서둘러 주게.” 대충 이런 말씀 때문에 전화를 하셨다.

조상의 산소. 어느 가문이나 심각한 문제이다. 선친께서도 선영을 두고도 지관의 도참설(圖讖說)에 현혹되어 생존에 손수 가분(假扮)을 지휘 하셨다가 사후에 자손들이 그 자리로 모셨으니 그 땅은 필자의 처가의 산이니 이제 와서 종산으로 옮기자니 그렇고 그대로 두자니 후대에 있을 명암이 심기를 편치 못하게 하는 것이다.

오밤중에 걸려오는 전화. 인생사 징검다리의 숙연(肅然)한 소식이지 싶다.

 

호병규 장로<본보 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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