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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시계 수리
[[제1391호]  2013년 11월  30일]

토요일 오후였다. 집에서 일을 하다가 잘못하여 차고 있던 시계를 그만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찰싹하고 떨어뜨리는 순간, 아차 고장이 났겠구나 싶어 얼른 집어들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미 바늘이 움직이지 않았다. 태엽이 끊어졌겠거니 생각하면서, 다음날 오후, 직장 근방에 있는 시계점으로 고치러 갔다.

“이거 고칠 수 있습니까?”

시계방 주인은 고장난 시계를 받아들고 별것이 아닌 듯이 대충 살펴보더니, 못 고치겠다고 건네주었다. 나는 시계방 주인의 그 불친절한 태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면서, 옆에 있는 다른 시계방으로 갔다.

“이거 고칠 수 있습니까?”

그 시계방 주인도 대충 살펴보더니 역시 못 고치겠다고 건네주었다. 나는 낙담하였다. 크게 고장난 것이 틀림없구나! 이제 가 볼 곳이란 이 근방에서 제일 작고 초라한 시계방 하나뿐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60대의 꼬장꼬장하게 보이는 남자가 자리에서 앉은 채 고치고 있던 시계에서 눈을 떼고 안경 너머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시계방 주인은 내가 건네 준 시계를 받아들고 한참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놓고 가라고 했다. 고쳐보겠다는 것이다. 안 되면 공장에라도 맡겨 보겠다는 것이다. 고마운 마음에, 어떻게 해서든지 고쳐 달라고 몇 번씩이나 부탁을 하고 시계방을 나왔다.

나는 시계를 지금까지 2개째 차고 있다. 하나는 고등학교 때 형님이 사 주신 것으로 이것을 결혼 전까지 차다가 조카에게 주어 버렸다. 두 번째는 결혼할 때 받은 시계다. 결혼할 때 아내는 고급시계를 못 사준 것을 늘 미안하게 생각해 왔다.

이런 마음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시계를 사 줄 만한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 시계를 지금까지 소중하게 차고 있다. 아내가 나에게 미안하게 생각하는 만큼 나에게는 이 시계가 더 없이 소중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이 스며들어 시계 속이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되기도 하고, 가끔 느리게도 가고, 그러다가 어떤 때는 빠르게도 가는 시계이지만 한 번도 이 시계가 내 손목에서 떠난 적이 없다.

며칠 지난 뒤에 시계를 찾아가라는 전화가 왔다.

“옛날 수동식 시계라서요. 고치느라고 한나절은 걸렸습니다. 웬만한 데서는 이런 거 고치려고 하지도 않을 거예요. 그런 기술도 없구요.”

나도 그렇겠다고 생각했다. 시계를 받아든 순간 먼저 귓가에 가져다 대어 보았다.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잘도 간다. 틈 사이에 끼어 있던 먼지까지 말끔히 닦아놓아 새 시계가 되어버렸다. 얼마냐고 물었다.

“오천 원만 내슈. 품삯도 안 되지만 더 받을 수 있나요.”

너무 고마운 마음에 만 원짜리를 꺼내주며 거스름돈은 필요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는 굳이 오천 원을 돌려주는 것이었다.

나는 작고 초라한 이 시계방을 나오면서 이렇게 생각해 보았다. ‘모든 일이란 반드시 크고 호화로운 것만 좋은 것은 아니다. 실속이 없이 겉만 번지르르하기 쉽다. 오히려 작고 보잘것없고 초라한 것에 진실과 아름다움이 더 많이 깃들여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씩이나 하고 시계점을 나왔다. 허전했던 손목에 다시 묵중한 행복을 함께 느끼면서….

 

엄원용 목사<수필가·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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