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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2호]  2017년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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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묵념(默念)의 계절
[[제1398호]  2014년 1월  18일]

안녕골 가을이 조용히 깊어 간다.

융·건릉 산책길은 우수수 낙엽만 휘날리고 텅 빈 들녘 길 개울가 갈꽃들은 무심한 바람에 그저 하염없이 서성인다. 그렇게도 떠들어 대던 새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종적을 감추고 나무들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고즈넉이 상념에 빠져 있다. 무엇을 저렇게 깊이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청초했던 지난날들을 그리워함은 아닌가? 한여름 조잘대던 새소리들을 더듬고 있음은 아닌가? 끝도 없이 밀려오는 추억을 되새김 하는 사유(思惟)의 추적(追跡)이 분명하지 싶다.

가을이 점점 깊어간다. 수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드나들던 용주사 사찰 길도 이제는 발자취가 뜸해졌고 고요한 산사의 경내는 그야말로 적막이 흐른다. 그렇게도 화려하게 자태를 뽐내던 은행나무도 이제는 스산한 바람에 썰렁하기만 하다. 그저 뎅그렁~ 뎅. 뎅그렁 ~뎅, 번져 오는 풍경소리만 흐느끼듯 미련을 깔아 계곡을 채우고 가끔씩 본당에서 새어 나오는 목탁소리는 지나는 나그네의 허전한 마음을 자꾸만 파고든다. 내 동내 산사(山寺) 용주사(龍珠寺)의 늦가을 풍경은 이처럼 사색을 깨우니 가을은 진정 떠나는 계절의 애잔한 여운(餘韻)이듯 사유의 자락에 아쉬움을 던져준다. 한걸음 한걸음 낙엽을 밟으며 내딛는 걸음마다 낙엽은 애잔한 사유에 뒹구는 추억 같으니 가을은 진정 외로운 계절이지 싶다.

무수히 피어나 자랑하던 나뭇잎도, 푸르게 짙푸르게 솟아나던 풀잎들도 어느새 하나둘 모두 사그라지고 이제는 사방에서 옛이야기를 나누듯 지나는 바람소리만 부스럭댄다. 화려했던 옛날이야기, 호화롭던 옛날이야기, 청춘의 늠름했던 추억은 기상만 남긴 채 가을은 조용히 깊어간다. 계량할 수 없는 것이 세월의 무게라고 했던가? 장고(長考)한 꿈은 접어두고 이제는 별수 없이 조용히 묵념을 하고 있다. 내 인생은 저들과 무엇이 다를까? 나도 이제는 저들과 같이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어디서 날아왔는지 까치란 놈이 빈가지에 앉아 머리를 갸웃거린다.

세상의 모든 이치(理致)가 왜 그럴까? 인생의 길도 그렇고 나무들의 절기(節氣)도 그렇고. 하던 일들 모두 내려놓고 걸친 옷조차 벗어 던지고 종래(從來)에는 빈 몸으로 서서 하늘만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이 처연(凄然)한 모습들을 바라보고 또 생각을 하면 끝내 가슴이 저미어 온다. 무슨 생각, 무엇들을 저렇게 깊이 더듬고 있을까? 가을을 조상(弔喪)하는 문상객(問喪客)이 되어 나는 우두커니 서서 저들을 따라 하늘을 바라본다. 높아만 가는 가을하늘이 정말 끝도 없이 멀게만 보인다. 게서 코발트 줄기를 따라 은연(隱然)한 시안(詩眼)이 가슴에 와 닿는다. 생고기후(生枯起朽)는 생생지리(生生之理)라 모두가 자연의 이치이니 주어진 한계와 계한(界限)을 참간(參干)할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 내가 자연의 순환(循環)을 어떻다고 시비(是非)를 걸 일이 아니다.

가을은 침묵의 계절이다. 모두들 기도를 하는 계절이다. 숲속의 정령(精靈)들 조차 한결같이 묵념을 하는 계절이다. 한 해를 뒤돌아보며 감사하며 또 새로운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계절이다. 저무는 아름마을 들녘에 서서 떠난 벗들의 여음(餘音)에 귀를 댄다. 잘들 있게, 편히들 쉬게. 내년 봄에 다시 옴세. 이렇게 인사를 남기고 자리를 뜬다.

 

*생생지리(生生之理) : 모든 생물이 생기고 퍼지는 자연의 이치.

*생고기후(生枯起朽) : 마른나무를 소생시키고 썩은 나무를 다시 일으켜 세움.(죽을 것을 살려낸다는 뜻) 포박자(抱朴子)의 글로 포박자(抱朴子)는 진(晉)나라의 도가(道家) 갈홍(葛洪)의 호(號)이다.

 

호병규 장로<본보 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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