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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김 집사를 위한 기도
[[제1401호]  2014년 2월  15일]

“장로님, 저 많이 아파요.” 겨우 들릴락말락 한 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왔다. 다급하게 어디냐고 물으니 아산병원이라면서 전화가 끊겼다. 부랴부랴 달려가 찾아간 입원실은 암 환자 전용 병실이었다. 무균 지역이라 출입제한 구역으로 아무나 함부로 들어가지 못한다고 했지만 간호사를 붙잡고 사정을 말하여 겨우 허락을 얻어 들어갔다. 서리 맞은 배추 잎처럼 침대 위에 누워 숨만 할딱이고 있는 김 집사의 모습이 너무도 애처로웠다. 인기척에 겨우 눈을 뜬 그녀에게 내가 누군지 알겠느냐고 물으니 고개만 끄덕였다. 갑자기 쓰러지면서 부딪쳤다면서 눈언저리가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두 번째 병원에 갔을 때는 제법 또렷해져서 병실 밖 휴게실까지 나와 장시간 대화를 하면서 골수이식 수술을 받으면 좋아진다니까 골수 제공자가 빨리 나타나기를 바라는 기도 부탁도 했다. 그 후로 다행히 남동생과 조직이 같아 곧 골수이식 수술을 받는다는 소식이 오더니 얼마 후에는 수술 경과가 좋아 곧 퇴원할 수 있다는 연락이 왔다. 퇴원하면 맛있는 거 많이 사 달라는 목소리가 참 맑고 활기가 넘치면서 여유로웠다. 퇴원 후로는 1주일에 한 번씩 통원 치료를 받고 있는 지가 2년이 넘었다. 그러던 그녀가 최근에 와서 연락이 닿지 않아 궁금하던 차에 전화가 왔다. 장로님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전화했다는 말소리에 기운이 빠져 있었다. 그동안 상태가 좋지 않아 입·퇴원을 반복했고 조금이라도 회복된 모습을 보이고 싶어 소식을 늦추었단다. “하나님은 너를 지키시는 이시니 낮의 해도 밤의 달도 너를 상하거나 해치지 못할 것”(시121:5-6)이라며 위로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냥 있을 수가 없어 약속한 심방 날짜에 만난 김 집사는 얼굴이 많이 부어 있었다. 대화 중에 나와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는 말에 의아해하는 나를 향해 지난날을 떠올리며 얘기를 했다. 내가 소천을 하면 평소에 내가 즐겨 부르던 찬송가 380장을 하관 예배 때 자기가 꼭 부르겠다고 약속을 했단다. 노랫말이 과거 현재 미래의 신앙고백 같아서 좋다는 그녀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조금만 더 얘기 하자며 보채는 김 집사를 오래 있으면 해로울까봐 일어서는데 결국 나도 김 집사도 맺히는 눈물을 감추느라 어색한 외면을 했다. 김 집사의 여윈 손에 한사코 안 받겠다는 봉투 하나를 억지로 건네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몹시도 무거웠다.

김 집사를 알게 된 것은 10년쯤 전이다. 오전 예배가 끝나면 회중 앞에서 마침 찬송을 인도하는 평범한 집사였다. 성경에 등장하는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도르가(행9:36-42)를 좋아한다는 김 집사였다. 특별히 유명하지도 않고 성경에 단 한 번 등장하면서 쉽게 눈에 띄지도 않는 도르가냐는 물음에 그래서 좋다고 했다. 그렇다고 김 집사는 도르가처럼 특별히 선행이나 구제에 앞장서지도 않았고 신앙생활도 별나게 요란하거나 나태함도 없었다. 주어진 일 착실히 하며 이러쿵저러쿵 남의 일에 귀 기울이지도 않는 조용함이 좋았다. 김 집사가 다른 교회로 떠났어도 교제를 끊지 않았고 가끔 만날 때면 찬양대가 없는 교회를 섬기다 보니 찬양대원으로 봉사하고 싶다는 소박한 소원을 말하기도 했다.

회생 불가능하다는 환자들을 병문안 하면 참 난감할 때가 많다. 소천 준비가 덜된 환자나 보호자일수록 면전에서 “주님 뜻대로 하옵소서”라고 기도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다행히 김 집사는 그런 상태는 아니다. “다비다(도르가의 본명)야 일어나라”는 베드로의 기도에 죽음에서 살아난 도르가처럼 “김 집사야 일어나라”는 기도의 영험이 없음이 부끄럽다. 감히 베드로에 견주는 것은 황송하고 무례한 줄 알면서도 내게 그런 능력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손장석 장로<광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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