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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새벽의 탈출
[[제1402호]  2014년 2월  22일]

세상 만물이 노곤히 잠든 이른 새벽의 기상은 단순한 기상이 아니라 하나의 훌륭한 탈출이다. 감옥의 죄수가 오랜 계획 끝에 생사를 걸고 높은 철장을 뛰어넘는 것만이 탈출이 아니다. 조종사가 적탄을 맞아 불타는 애기(愛機)를 버리고 낙하산을 펼치고 허공에 몸을 던지는 것만이 탈출이 아니다. 노곤한 단잠, 추위와 피곤 속에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는 것도 그에 못지않는 용기와 각오를 필요로 하는 탈출이다.

새벽을 주름잡는 운전수나, 청소부, 기도하는 교인, 우유나 조간신문을 돌리는 배달원들은 모두들 그런 나태와 피곤을 박차고 나온 탈출의 성공자들이다. 그들의 헌신에 의하여 우리 사회는 새롭게 건설되어 가고 있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새벽에 부지런했다. 소복은 재근이라 하여,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재 너머 보리밭에 거름을 내고 김을 매고, 하다못하면 개똥망태를 메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야만 밥먹을 자격이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교인들도 새벽기도에 열심이다. 그것이 최고의 지성(至誠)이요, 축복의 지름길이라고 여길 뿐 아니라 신앙의 척도로 삼고 있다. 아무리 교회에 출석과 봉사를 잘하고 헌금을 많이 하며 성경을 줄줄 외운다 해도 새벽기도회에 나오지 않는 교인은 그 믿음이 시원찮은 것으로 본다. 그리고 외국인들은 우리의 이런 새벽기도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 한다.

진정 새벽은 출발의 시간이요, 부활의 시간이요, 축복의 시간이다. 어둠에 살라먹혔던 낮이 되살아나고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역사는 밤에 이뤄진다고 하지만 사실은 새벽에 이뤄지는 것이다. 예수님도 새벽을 통하여 역사했다. 결박을 당한 때도 새벽이요, 새벽에 부활을 했으며, 새벽에 제자들을 축복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런 새벽의 탈출을 몇 번이나 시도해 왔었다. 새벽 미명에 교회에 나가 정성껏 기도를 드리고 싶은 것이 간절한 소망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늦잠꾸러기요, 게으름뱅이인 나로서는 새벽에 일어난다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일부러 자명종 시계를 머리맡에 두고 자거나 식구들에게 깨워주기를 신신당부했어도 막상 자명종이 요란하게 울고 식구들이 깨우면 잠은 깨었어도 도저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 첫 동작만 성공하면 새벽의 탈출은 성공이다. 그 다음은 즐거움이 연속된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두둑히 껴입고 벙어리 모자를 푹 눌러쓰고 대문을 나서면 싸늘히 감싸는 첫이슬 찬 공기에 얼굴이 시리다가도 금방 생기로운 호흡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리고 모두들 고요히 잠든 골목길을 최초로 내딛는 발자국소리, 하얗게 눈이라도 쏟아진 날이면 나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사람처럼 어깨가 으쓱해지고, 달빛이 휘황한 새벽이면 길은 유난히 환한데 내 그림자는 유일한 나의 동행자가 된다.

더러는 청소부의 손수레 소리나 양장점의 마네킹에 놀라기도 하지만 그들은 모두 새벽을 지키는 증인들로 친근감에 무언의 인사를 나누게 되고 더러는 연탄가스 중독자의 다급한 병원행에 구원병이 되기도 한다.

 

강석호 장로<덕장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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