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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호랑이 가죽 자리를 비워주다 - ‘장횡거(2)’
[[제1424호]  2014년 8월  9일]

장횡거는 날마다 자기의 서재에 종이와 붓, 먹을 가득 쌓아두고 책상 앞에 부동자세로 단정히 앉아 독서와 집필에 전념하였다. 그런데 그에게는 무엇인가 깨달은 바가 있으면, 망설임 없이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다. 어느 날 깊은 밤에 잠자리에 누워 있다가, 갑자기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곧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기름불을 켜놓고, 온 힘을 다하여 글을 써 나갔다. 이렇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색하고 집필하는 가운데, 그 유명한 저서 <정몽(正蒙)>이 나온 것이다. 이 책에서 장횡거는 기일원론(氣一元論)의 사상을 전개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도의 본래 생김새는 태허(太虛)한 것이다. 그것은 형체도 없고, 느낌도 없으며, 그침도 없이 한없이 텅 빈, 말하자면 ‘커다란 비움’이다. 그런데 이 비어 있는 한 가운데(虛中-허중)로부터 도가 밖으로 드러나는 바, 그 모양을 두고 우리는 태화(太和)라고 부른다. 하늘과 땅의 모든 사물들은 모두 이에서 흘러나온다.

 

결국 모든 우주 만물은 똑같은 기(氣)로 되어 있다. 우주의 본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성인(聖人)은 살아있을 동안에 사회(혹은 우주)의 일원으로서 자기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려 하고, 죽음이 닥쳤을 때에는 평안히 그것을 받아들여 다만 쉬고자 할 뿐이다. 그는 살아생전에 남보다 도드라져 보이거나 뽐내려 하지 않고 욕망에 사로잡히는 일도 없이, 그저 평범한 생활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을 때, 겁을 내거나 회피하지 않고 담담히 그것을 받아들인다.

 

어느 날 저녁 정씨 형제(정명도, 정이천)가 장횡거를 찾아와 함께 주역을 논했다. 다음날 장횡거는 강의할 때 깔고 앉았던 호랑이 모피를 거두고(撤皮),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지난날 강의한 것은 도(道)를 혼란하게 한 것이니라. 두 정씨가 도를 밝게 알고 있어, 내가 미칠 수 있는 바가 아니더라. 그대들은 그를 스승으로 삼을 만하다.”

 

이로부터 그 유명한 ‘횡거철피(橫渠撤皮)’라는 고사가 생겨났다. 여기에서 호피(虎皮-호랑이 가죽)란 학문을 강론하는 스승의 자리를 뜻한다. 당대 최고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장횡거가 후배인 정씨 형제의 능력을 한눈에 알아보고 선뜻 자리를 내주고 떠나갔다는 일화인데, 이는 중국뿐 아니라 조선에서도 학자들의 귀감이 되었다. 이 말을 남기고 고향으로 돌아간 장횡거는 두 정씨(정명도, 정이천)와 더불어 송나라 유학(성리학)의 기초를 세워나갔다. 그러나 학문에만 몰두하느라 건강을 돌보지 않은 탓에 폐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그의 나이 57세 때였다.

 

북송(北宋)의 유교철학자 장횡거는 별과 달의 움직임을 자세하게 묘사했을 정도로, 뛰어난 과학정신을 갖고 있기도 했다. 이는 독일의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가 주장한 지동설(地動說)보다 약 500년이나 앞선 것이었다.

 

강성률 장로<광주교대 교수·광주성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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