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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6. 이 땅에 애국심의 기갈이 위험수위다
[[제1449호]  2015년 3월  7일]


요즘은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예전에 미국 영화를 보면 가장 먼저 화면에 뜨는 말이 나는 미합중국 국민임을 자랑하노라는 자막이고 프랑스 영화에는 위대함을 지니지 않은 프랑스는 프랑스가 아니다라는 글귀가 나왔다. 선진 민주주의 나라는 애국심을 강조하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기 때문에 그 말이 생소하게 느껴졌는데 알고 보니 그들은 우리보다 애국을 더 중요시하고 있는 듯했다.

언젠가 미국에 갔을 때 TV 뉴스를 봤는데, 퇴근시간에 거리에서 국기 하기식을 알리는 음악이 흘러나오니까 동서남북으로 바쁘게 걸어가던 사람들이 갑자기 차렷 자세로, 가슴에 손을 얹고 있는 광경이, 마치 군부대에서 훈련이라도 받고 나온 시민같이 보였다. 애국심이 없고서는 그런 행동이 나올 수 없겠고 또 그런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애국심이 안 생길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들은 우리보다 민주주의를 2~3백년 먼저 피 흘려 쟁취해서 시작했고, 교육으로 훈련이 됐다. 사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도 있다. 민주주의 개념은 국민()이 주인()이란 뜻이다. 그것을 우리는 교실에서 귀로 들어 머리에 심었지만 저들은 피와 땀으로 가슴에 심었고 또 경제력의 기반이 있었기에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다. 국민 개개인이 탄탄한 경제력 위에 내가 이 나라의 주인이란 확실한 의식과 뜨거운 열정이 있었기에 애국심을 꽃피울 수 있었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인권의 존엄 위에 서있다고도 할 수 있다. 미국은 얼마전 6·25때 백두산 골짜기에서 산화한 미군 병사의 유골 몇 점을 반환받기 위해 북한 정부에 여러 차례 외교사절을 보내, 10여 년 만에 그 유골을 운구해와 워싱턴의 국립묘지에서 하관식을 했다. 그때 대통령이 직접 나와 거수경례를 올리는 것을 보고 저렇게 하니 미국인들이 그들의 조국을 위해 애국심을 바치지 않을 수가 없겠구나싶었다.

그러나 우리는 민주주의를 국민이 주인이고 개인주의의 총화라고만 배웠는데, 그나마 주인의 책무엔 소흘하면서 권리만 주장했으니 남과 주장이 대립되면 소통이 잘 안 되고 아집이 강해져 분쟁만 생겼다. 권력이나 재력을 가진 자들은 이기심 때문에 그것을 나누려 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가지려고 했으니 가진 자와 못 가진 국민 사이엔 대화나 평화가 있을 수 없었고, 그러니 민주주의는 기형적으로 자랄 수밖에 없다.

쾌락적 이기주의만 무성하고, 타락한 권력이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는 우리의 풍토에서 절실히 필요한 것은 애국심인데, 그것을 낮은 백성보다는 지도층에 더 많이 요구할 수밖에 없다. 모든 지도층은 정치와 관련을 가지고 산다. 그러니 정치 지도층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이 다 주인이지만 그 중에도 지도층은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국민은 지도층을 욕하면서도 그 지도층을 따라 살고 닮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지도자는 무대 위에 서있는 공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도층이 애국심을 갖고 살려면, 있어야 할 것과 없어야 할 것이 세 가지씩 있다. 있어야 할 것 첫째는 내공(內功) 즉 속이 깊고 진정성이 있어야 하고, 둘째는 내실(內實) 즉 외화내빈이 아니라 내용과 실력이 있어야 하고 셋째는 내강(內剛) 즉 의지력이 강하고 신념이 투철해야 한다. 없어야 할 것의 첫째는 사심이 없어야 하고 둘째는 편견이 없어야 하고 셋째는 비겁함이 없어야 한다.

변우량 장로<새문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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