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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8. 그리운 사람과 그리워지는 사람
[[제1484호]  2015년 12월  5일]


윤동주 시의 ‘별 헤는 밤’에서 따온 글/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2015년의 끝자락에 서서, 학생 시절 어느해 12월 밤새워 외웠던 윤동주의 시와 함께 ‘그리움’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올 한 해, 나는 누굴 그리워했고, 누군가에게 그리움의 사람이었을까.

인생길엔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어야 좋지만, 남에게 그리워지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그리움이란 말의 어원을 보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말이다. 그러니 말 그대로 마음속에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뜻이다. 그려서라도 다시 한번 보고 싶고, 손을 잡고 싶고, 정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다.

인간을 ‘이성적 동물’이라고 하지만 감정도 이성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로 기능한다, ‘정’은 다시 희노애락 애오욕(喜怒哀樂 愛惡慾)등 7정으로 세분하고 있다. 소월의 시에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한 것을 보면 그리움이 있으므로 마음이 더욱 따뜻해지고 부드러워지고, 아름다워지고, 정이 더욱 많아져 인간적인 인간으로 되어가는 것 같다.

그리움도 다양하다. 아가페적인 그리움도 있고, 에로스적인 그리움도 있고, 필리아적인 그리움도 있고, 스치는 인연에 대한 가벼운 그리움도 있다. 예컨대 내가 손 자녀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도 그리움이고, 어머니와 어릴 적 친구를 떠올리는 것도 그리움이고, 고향집 마당에서 바라본 별과 어느 시간에 우연히 만났던 아름다운 사람을 떠올리는 것도, 그리움이다.

 연극이나 소설이나 시나 노래 등의 문학에 그리움이 큰 주제가 되는 것을 보면 그리움은 인간 정서의 핵심이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피어나는 감성은 아니다. 아주 처절하거나 애절한 그리움을 빼놓곤, 그리움도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피어난다.

예컨대 마음이 몹시 바쁘거나 아프거나 쫓기거나 하면 그리움이 생겨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움의 반대어는 망각이고 무관심이고 싫은 마음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립다고 해서 그들을 모두다 만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리움을 그대로 남겨두어야 추억이 더욱 빛이 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남에게 그리움을 주는 사람이 되려면 정이 많아야 하고, 남을 위해 희생할 줄 알아야 하고, 사람 냄새를 짙게 풍기며 멋지게 살 줄 알아야 한다.

 내 마음 속에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마음이 평안하고, 고통이나 근심이 없고, 인간미가 풍부하고, 정이 많다는 뜻이다. 그리움이 있는 사람은 고독을 관리할 줄 아는 사람이고 추억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특히 노년의 그리움은 삶의 진미를 느끼게 해준다. 그것은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마음이기도 하고, 빚을 갚는 마음이기도 하고, 기도하는 심정이기도 하다. ‘6.25 때 내 생명의 은인은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어릴 때 소꿉장난하던 소녀도 궁금하고, 첫사랑의 연인도 죽기 전에 한번 만나봤으면...’ 돈은 쓸수록 없어지만, 그리워하는 마음은 쓸수록 쌓여 간다고 한다. 그리움의 정을 가꾸듯이 살아가는 삶은  멋이고 아름다운 인생이라 할 수 있겠다.

변우량 장로<새문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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