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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스스로를 모욕한 후에
[[제1570호]  2017년 11월  4일]


중학교 다닐 때 추운 겨울 조회시간에 교장 선생님에게서 들은 훈화로 기억나는 말씀이 있다. “사람이 스스로를 모욕한 후에야 남이 자기를 모욕하는 법이다.”

강봉우 교장은 평양 출신 기독교인으로 항일운동 ‘105인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르신 분이었다. 전쟁 중이었던 당시 70이 가까운 연세에 지방도시 중학교 교장으로 임명되어 학생들의 정신교육에 열심을 기울이셨다. “작은 일에 충성하라, 그리하면 네게 큰 일을 맡기리라”는 예수 말씀을 표어로 교내에 붙여 놓으시기도 했다.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맹자의 가르침 가운데 나오는 것임을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지만 살아오는 내내 마음에 지니는 귀중한 교훈이 되었다. 요즈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으러 포승줄에 매여 나오는 모습을 볼 때 자꾸 이 말씀이 머리를 때린다. 나라의 모양이 참으로 부끄럽다.

재판은 죄의 유무를 판단하고 죄의 경중을 가려 합당한 벌을 내리는 법적 절차이다. 그런데 그 마지막 심판이 내리기 전 죄의 혐의가 있는피고인’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는 것을 막고자 인신을 구속하는 것이다. 사람을 옥에 가두어 두는 것은 그 자체가 자유를 박탈하는 벌에 해당하기 때문에 유죄로 인정되어 형을 내릴 때 판결 전 구속기간을 형기에서 빼주게 되고 또 무죄 판결 시에는 그에 대한 적정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박근혜 씨가 지금 이와 같은 형벌의 첫 단계에 이른 것은 다분히자업자득’의 면이 크다고 하겠다. 작년 여름에 드러난 소위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그는 지난 3월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고 4월에 구속되어 6개월의 구속기간이 만료되자 검찰은 그의 구속연장을 요구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최장 내년 4월까지 갇힌 몸으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 그가 최 씨와 잘못된 관계에 있었더라도 더 현명한 정치적 판단으로 사태에 대처해 나갔더라면 오늘의 처지를 면할 수 있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이제 구속이 연장되었으므로 한 주일에 한두 번씩 재판정으로 나올 때 TV뉴스는 계속하여 박근혜 피고인이 호송버스에서 내리는 모습을 화면에 비춰줄 것이다. 줄에 감겨 앞으로 내민 양손은 희미하게 처리하겠지만 초췌한 얼굴을 클로즈업시키니 이를 보는 마음은 아프다. 그가 관련된 일들을 생각하며 마땅하다 생각하는 사람이 더러 있을지 모르나, 2013 2 25일 대통령 취임식에서의 그의 모습을 떠올리고인생무상’ 이상의 비애를 느끼게 된다. 꼭 이렇게 해야만 정의가 잘 실현되는 것인가 묻게 된다.

해외에서 이런 장면을 보는 사람들이, 한국은 참으로 법과 정의가 바로 선 나라이구나’고 인정하기보다 오히려 엊그제까지 대통령직에 있던 사람을 수의를 입혀 끌고 다닐 만큼 국가적 권위가 많이 훼손된 나라라고 업신여기지 않을까 걱정된다.

맹자는사람이 반드시 스스로를 모욕한 연후에 남이 업신여기는 법이며, 한 집안도 반드시 스스로를 훼방한 연후에 남들이 훼방하는 법이고, 한 나라도 반드시 스스로를 짓밟은 연후에 다른 나라가 짓밟는 것이다”고 했다. 오늘 우리가 스스로를 훼손하는 것이 도를 넘고 있지 않은가.

제발 이제부터는 TV뉴스에서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호송장면을 화면에 띄우지 말았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김명식 장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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