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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것들로 가득 찬 ‘빈방’
[[제1577호]  2017년 12월  30일]


한 해의 끝자락 12월의 송년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사건 사고는 어느  때나 일어나는 것이지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이 마치 무슨 마술을 보는 듯합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가 불과 며칠을 남겨두고 있지만, 개혁의 목적과 목표가 굴절되어 행사, 여행(성지순례)이 주된 사업이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또한 우리 교단 모교회의 부자세습은하나를 얻고 미래를 잃었다”는 탄식과 함께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나라는 국가와 국민의 원대한 꿈 보다는 보편적 복지를 가장한나눠먹자’가 대세이고 먹방과 예능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난국 속에나’는 얼마나 말씀대로 신실하게 살아왔는가를 되돌아보며 내 안에 쌓여있는 것들을 살펴봅니다. 교만, 정욕, 나태, 시기, 험담, 욕심, 영광과 명예심…. 말로 다할 수 없는 온갖 세상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새벽에도 주일에도 말씀 듣고 기도하지만, 삶의 어느 한구석도 달라진 게 없음을 고백합니다. 성도들을 대표해서 드리는 기도는 나름 얼마나 거룩하고 그럴듯한지 모릅니다. 그러나 일상으로 돌아오면 굳어진 생각, 감정, 행동이 습관의 노예가 되어 세상 것으로 다시 채워 놓습니다.

자신의 무덤을 내어놓은 아리마대 요셉, 어렵고 가난한 처지임에도 생활비 전부를 드린 과부, 향유 옥합을 깨뜨려 예수님의 머리에 아낌없이 부어드린 여인,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부부의 섬김 등. 이들은 예수님과 사도들을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가장 귀중한 것을 드린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부귀, 영화를 무려 40여 년을 누렸던 솔로몬의 영광이 저 들에 핀 꽃만큼도 못하다고 하신 하나님의 공의와 엄중하심이 얼음처럼 차갑습니다. 부활의 봄을 전하려 한 겨울을 헤쳐와 피는 수선화! 자신은 힘들고 아프게 피어나 사람들에게는 기쁨으로 다가오는 꽃,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는 한송이 꽃의 순결한 평상심을 배우며 나도 수선화를 마음에 들여놓고자 합니다.

예수님이 오신 유대 땅 베들레헴은 주전 약 700여 년 전에 미가 5 2절에 예언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예언의 땅 베들레헴에는 집도 여관도 많았지만 예수님이 누울 곳이 없어 마구간에서 나셨습니다. 세상 것들로 가득 차 있어 정작 온 인류를 위해 오신 메시아 임마누엘은 눌 자리가 없었습니다. 예수님을 가리켜나사렛 예수’라고 합니다. 나사렛에서 공생활 직전까지 사셨으니 나사렛이 고향이라 합니다. 미가 예언자가 예언했던 예언의 땅, 하늘의 별이 찬란하게 비췄던 곳, 동방박사가 경배하고 보배합을 열었던 베들레헴은 정작 빈방이 없었고 예수님은나사렛 예수’가 되셨습니다. 영원히 나사렛은 주님의 고향으로 기록되는 축복의 땅이 되었습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고 천국이 그들의 것이라고 예수님께서 친히 말씀하셨는데, ‘나’는 세상 것들로 가득 찬 베들레헴의 여관이 되었습니다. 이 대림절에 오시는 주님의 자리하실 곳을 위해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2:7)

그렇습니다. 세상의 추하고 쓸데없는 것들을 자기 비움(kenosis)으로 비우고 주님의 오실 빈방을 준비하여야 하겠습니다.

송중용 장로<제주노회장로회장삼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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