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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는 직업
[[제1577호]  2017년 12월  30일]


아버지는 의사이셨다. 경의전 12회 출신으로 서울, 전주, 광주 등지에서 개업하셨다가 고향으로 내려와 병원을 운영하던 중 병사하셨다. 막내인 내가 태어나고 여덟 달밖에 안돼서 돌아가셨기에 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어머니가 간직하고 계셨던 생전의 사진 몇 장과 간간히 들려주신 일화 몇 가지로 아버지의 이미지를 마치 소설을 엮듯이 만들어 지니고 있을 뿐이다.

어찌된 일인지 남겨놓은 글, 편지 같은 것도 없어서아마도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으셨는지그의 생각을 더듬어 볼 자료도 하나 없다. 다만 그가 50세 될 무렵 서남지역에 이질이 유행하여 수없이 밀려오는 환자들을 진료하다가 본인도 전염되어 이내 돌아가셨다는 사실에서 그가 적어도의사답게’ 직업에 충실한 삶을 사신 것으로 짐작한다. 기왕이면 예수를 잘 믿어강진의 슈바이처’라는 칭송을 받으셨더라면 더 좋았을 터인데 교회를 다닌 흔적은 없다.

아버지의 영정사진 모습이 요즘 생각하니 유명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이국종 교수와 많이 비슷한 듯하다. 아버지도 갸름한 얼굴인데 동그란 안경 안에 눈빛이 좀 날카롭게 느껴지는 타입이다. 판문점 JSA 북한 군인 귀순 사건으로 이 교수에 대한 보도 기사가 넘쳐나는 중에 한 동료의사가 어느 신문에 기고한 글을 읽었다. 오랫동안 곁에서 함께 일하며 바라본대로 술회한 것이니 그를 가장 정확히 소개하고 있다고 믿어지는데 의사 이국종이 자신의 본분에 매우 충실한 사람임을 알게 한다.

이 땅에서 감당할 수 없이 많이 발생하는 외상환자들, 대개 목숨이 경각에 있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외과의사들은 시간과 싸우고 모든 악조건과 싸운다. 그들에게는 하루하루가 마치 전쟁터의 군의관들과 같은 시간일 것이다. 실제로 이국종 교수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헬리콥터에서 줄타고 내려와야 할 때도 있다고 하는데 그들의 노고는 몇 해 전 해적들의 총을 맞은 석해균 선장이나 지난번 북한 병사 사건 같은 때 사회의 관심을 모았다가는 또 잊혀진다. 그나마 이번 극적인 JSA 탈출 사건의 영향으로 나라에서 이 분야에 조금 더 예산을 나눠주기로 했다니 다행이다.

이 교수 스스로가 언론에 토로하는 바, 예컨대 복부관통상을 치료하자면 손상된 장기를 씻어내고 찢어진 부분들을 하나하나 봉합하는 지난한 작업을 요하는데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의 손은 많지 않다. 세상의 여러 직업 가운데는 사람의 육체와 정신, 영혼을 치유하는 일, 그리고 각종 범죄와 부조리로부터 이 사회를 보호하는 일 즉 고도의 전문성에 더해 남다른 사명의식이 요구되는 일컬어 의사, 목사, 검사, 판사, 언론인 등의 직군이 있다. 이들의 기여도에 따른 사회적 보상도 어느 정도 있지만 저들이 자칫 빠지게 되는 올무도 만만치 않다.

물질적 유혹에 사로잡히거나 명예에 대한 욕심의 볼모가 되어 스스로 무너지고 결국 그때까지 쌓아 올린 인생의 노력이 허사가 되는 예들을 많이 본다. 사는 길을 바로잡아 주는 두 가지 동기를 꼽는다면 믿는 자들에게는 첫째 하나님께 충성이고 다음으로는 자기를 보며 자라는 제 자식이 좋은 사람 되게 하려는 의지라고 생각한다. 이국종 교수의 자손이 모두 다 바르게 잘되리라고 믿는다.

김명식 장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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