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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념’
[[제1578호]  2018년 1월  6일]


신년시무식 같은 공식행사에서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한다. 노년을 맞은 동창생들의 망년회나 신년하례에서도 작고한 동문을 추모하는 묵념의 시간을 잠시 갖기도 한다. “일동 묵념” 하는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참석자들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2-30초 정도 침묵의 시간을 보낸 후바로”의 구령에 따라 다시 앞을 바라보며 다음 순서를 진행한다.

교회에서는 기도순서가 있기에 무슨 묵념을 올리거나 하지 않는다. 교회 밖 행사에 참가해서 이렇게 묵념하는 시간을 맞게 되면 나는 바로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다. 전쟁터에서 목숨을 바친 젊은이들과 항일 투쟁을 하다가 처형당하거나 옥사한 독립운동가들의 영혼의 안식과 유족의 평강을 기원한다. 아마 다른 기독교인들도 그렇게 하리라고 생각되고 불교나 여타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다 자기의 신앙이 인도하는 대로 세상을 떠난 분들을 위한 기도를 드릴 것이다.

묵념과 기도는 같지 않다. 기도는 기독교인의 경우 전능하신 천지의 창조주 아버지 하나님께 나의 간구를 아뢰어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고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도 자신이 믿는 절대적 존재나 어떤 원리에 의존하여 각자의 소원을 말로써 표현하는 것이다. 기독교인은 또한 하나님과 사람들 사이에 구원의 중보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를 드린다. 무종교인, 무신론자들은 묵념의 시간을 어떠한 생각으로 채우는지가 궁금하다.

작년 서해 영흥도 인근 얕은 바다 좁은 물길에서 낚싯배가 유류 운반선에 받혀 가라앉아 15명의 사망자를 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큰 사건으로 판단하고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나가 구조작업을 점검하고 지휘했다. 그곳에서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모든 참석자가 사망자들을 위한 묵념을 올리는 장면이 각 TV채널을 통해 널리 방영되었다. 청와대 홍보담당자들은 인명을 중시하는 정부가 국가의 행정 역량을 최대한 신속히 동원하여 사고에 대처하는 책임 있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고자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화면을 보면서, 촌각을 다투는 긴급한 상황에서 어찌 단 몇 초일지라도 고위 관리들이 눈을 감고 아까운 시간을 흘려 보내는가 하는 불만스런 생각이 내 머리 속을 스쳐 갔음을 여기 고백한다. 그때는 이미 20명 승선자 가운데 5명은 구조되고 12명의 사망이 확인되어 남은 3명의 실종자를 수색하는 중이었다. 이런 경우 묵념과 기도에는 참으로 큰 차이가 있다. 사람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서 그 능력의 한계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받고자 기도를 하는 것과 불의의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하는 것은 전혀 그 의미가 다르다. 기도는 적극적인 행동인데 반해 묵념은 하나의 경건한 의식일 뿐이다.

문 대통령은 가톨릭 신자이고 그의 세례명은 디모데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은 선거운동 때나 재임시에 자신의 종교를 뚜렷하게 드러내는 행동을 삼가는데 아마도 타종교 신자들이 위화감을 느끼게 하지 않으려는 때문이리라. 그래서 지난 12 3일 위기관리센터에서도 기도 대신 묵념의 시간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 자신은 그 짧은 시간에 바로 하나님께 기도하며 인명구조를 도와주실 것을 간구했으리라 믿는다. 왜 대통령은함께 기도합시다!”고 사람들 앞에서 외치지 못하는지 이해는 가지만 많이 아쉽다.

김명식 장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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