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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
[[제1580호]  2018년 1월  20일]


이제 오십 줄을 바라보는 큰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있었던 일. 휴일이었던지 방바닥에 드러누워 있는데 아이가 다가오더니 얼굴을 가까이 대고아빠, 사랑해요” 하고 외쳤다. 그리고는 어리둥절해 하는 아빠를 돌아보지도 않고 방을 걸어나갔다. 그때 짐작하기를 아마도 주일학교 선생님이 집에 가서 엄마, 아빠에게사랑해요’ 말을 하라고 일러주신 것을 무슨 숙제 하듯이 툭 던지고 가버린 게 아닌가 했다.

부끄러운 고백일지 모르나 이것이 내 사랑하는 가족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 본 유일한 경우였고 그 이전이고 이후고 사랑한다는 말은 우리 가족의 사전에는 없다. 두 아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하나밖에 없는 딸도 사근사근 감정표현을 할 줄 모르는 것은 바로 어미의 성품을 전해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가장인 내가 하나하나 붙잡고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선언해야 할 일도 없으니 그런 채로 여러 해를 보내고 모두 집을 나갔다.

아내와 두 사람만 남아 사는 것도 한참 됐는데 새삼스럽게 무슨 열정이 끓어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던지겠는가. 생일을 만나도, 결혼기념일을 당해도 사랑 이야기를 한다거나 나를 사랑하오? 묻는 법 없이 지나간다. 속으로는 아내를 세상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고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듯한데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다 그런 식으로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섭섭한 마음도 별로 없다. 우리는 서양 사람들과 그래서 다른 것이라고, 그냥 문화가 다르다고 치부한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신앙생활을 수십 년 해오는 중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해서 수없이 사랑을 고백하면서도 그 많은 말에 담긴 마음은 오히려 말없는 제 가족에 대한 사랑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랑의 궁극적인 기준은 자기 목숨과의 교환에 있고 기독교 역사에 기록된 수 많은 순교의 사례들은 이를 증거하는데, 하나님과의 상호적인 사랑을 파괴하는 나의 타락행위는 많은 변명 속에 묻혀 定罪赦罪 사이를 기계적으로 왕복하며 경감을 호소한다. 그야말로 말로만 사랑이다.

안중근, 윤봉길 의사는 나라와 민족에 대한 사랑을 혈육에 대한 사랑보다 위에 두어 처자를 고향에 두고 떠나와 스스로 택한 반일 저항운동에 목숨을 던졌다. 자식에게 교회를 넘겨주는 유명 목사들은 자식에 대한 사랑보다 더 우선하는 어떠한 가치도 인정하지 못하는 지극히 왜소한 마음이 바탕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한 사례들이 계속 발생하고 확대되어 가는 상황을 볼 때 교회에 대한 사랑은 공허할 뿐이고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한 사랑은 오직 개념으로서만 존재한다.

내 마음 속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한 사랑은 과연 얼마나 절실한가. 무슨 규례 속의 의무같이 되어 버리지는 않았는가. 사랑이라면 자꾸 생각나고, 가까이 있고 싶고, 상처받으면 아프고, 의지하면서도 더 주고 싶고, 영원의 시간과 공간에 함께 있기 바라는 것인데. 그런데, 정작 내 곁의 사랑하는 사람들과도 여태처럼 그냥 살다 보면 사랑한다고 똑똑히 한마디 내뱉지 못한 채 시간이 다 돼 버리는 게 아닌가 또한 걱정된다. 새해의 첫째 숙제이다.

김명식 장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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