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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위기 원인
[[제1592호]  2018년 4월  28일]


“제가 일흔을 넘겨 살았고 지위는 정승의 자리에 이르렀습니다. 성상의 큰 은혜를 입어 간언을 드리면 실천해 주셨고 의견을 말하면 경청해 주셨으니 무슨 한이 남아 있겠습니까?”

죽기 직전 이 말을 남긴 사람은 일관성 있게 세종의 정책을 비판하던 허조다. 그는 황희, 맹사성, 김종서, 최만리 등과 함께 세종에게 줄곧 반대의 목소리를 낸 신하 중 대표라고 할 수 있다. 18년간 영의정으로 세종 옆을 지킨 황희는 태종에게 세종을 즉위시키지 말라고 반대하다 귀양까지 간 세종의 정적이었다. 그러나 황희도 허조에게 비할 수는 없었다. 허조는 세종이 추진하려는 정책을 대부분 반대했고 찬성한 사안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았다. 어느 정도 의견이 모여도 그는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허조는 정말 고집불통이야.” 견디다 못한 세종의 푸념이었다. 그러나 허조보다 더 고집스럽게 세종은 허조를 내치지 않고 곁에 두었다. 그가 죽기 직전 남긴 말을 보면 이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세종이 백성들이 법을 잘 알게 법전을 이두로 편찬하라고 하면 허조는 백성들이 법을 알면 이를 피하려고 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신문고를 통해 백성들이 억울함을 토로하게 하라면 조건과 절차가 없으면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반대했다. 억울한 백성이 고을 수령을 고소하지 못하게 한 부민고소금지법 폐지를 놓고도 세종과 오랜 시간 대립했다. 이렇게 반대한 부민고소금지법이 폐지되는 쪽으로 가자 자신의 반대가 임금의 허락을 받지 못했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하면서도 이제 많이 수정되고 보완되었으니 시행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이를 폐지하는 것에 더 반대하지는 않았다.

오늘 우리 교회 당회가 의사결정 하는 모습은 어떤가? 목회자들은 합리적인 장로들의 의견에 얼마나 집중하여 경청하는가? 그리고 당회에서 활발한 의견 개진이 얼마나 보장되는가? 세종의 훌륭한 점은 자신을 피곤하게 반대하는 정적들을 고집스럽게 곁에 두고 그들이 의견을 개진하도록 하였다는 점이다. 세종의 신하들은 자신이 반대의견을 개진하더라도 자신에게 불이익이 올 것이라 걱정하지 않았기에 자유롭게 반대의견을 개진하였다. 경청이 효과를 보려면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도록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쌍방의 반대의견 개진을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주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모임이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이다.

반대자의 존재가 주는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의견을 추종하기만 하는 사람들과 일하기 좋아하는 지도자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오늘 한국교회가 위기라고 하는 이유는 교회의 정책 결정 과정이 일방적이기 때문은 아닐까? 반대의견을 용납하지 않고 자기 뜻대로 운영하는 목회자의 스타일이 위기의 근원은 아닌가? 목회자의 위기는 바로 그 목회자와 함께 당회를 이끄는 장로들의 위기이기도 하다. 세종의 경우에서 배울 것이 많다.

구춘서 목사<한일장신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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