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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2호]  2018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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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없는 향기
[[제1592호]  2018년 4월  28일]


봄은 꽃의 계절이고 향기의 계절이다. 성장하면서 향기에 눈을 뜬 것은 아마도 대학에 들어갈 무렵이었던 듯하다.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전후의 삭막하고 고생스러운 삶의 분위기가 계속되었기에 주변에서 특별한 향기를 느낄 만큼 섬세한 감각을 갖추지 못했으리라.

학기 초 무거운 교복을 걸치고 교정을 어슬렁거리는데 어디선가 처음 맡아보는 강렬한 향기가 날아왔다. 얼마 지나서야 그것이 연보랏빛 꽃송이 라일락 향기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향기의 근원이 꽃만이 아니고 아름다운 이성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개인적 로맨티시즘의 세계가 열리게 된 것은 모든 청춘에 공통한 이야기이다.

먼저 피는 매화의 향기는 반갑기는 하되 그리 매혹적이지는 못하다. 이어서 산수유, 목련, 개나리, 벚꽃이 다투어 대지에 색을 입히지만 향기를 맡으려면 멀리 있는 동백 숲을 찾든지 라일락 피기를 기다려야 한다. 흰색, 붉은색 철쭉이 온 동네 둔덕들을 뒤덮다시피 해도 향기는 창문 앞 모란 한두 그루에서 뿜어 나오는 것을 당하지 못한다. 아카시아와 찔레꽃이 진한 향기와 더불어 피고 지면 계절이 바뀌고 사람들은 어느덧 꽃들을 잊고 더위와 싸우게 된다.

우리는 사람에게서도 향기를 찾는다. 살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과 섬김의 감정이 오고 가는데 이로부터 내 존재의 바탕이 마련된다. 한편 인격, 성품, 지성, 열정 같은 요소들이 혼합되어 사람의 향기를 뿜어내고 이것이 인간관계의 밀도를 변화시킨다. 유럽의 어느 관광지에 가면 방문객들에게 갖가지 꽃 향기 진액을 조합하여 맘에 드는 향수를 만들어 보도록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맘대로 조작은 못하지만 서로 선택은 가능하기에 어떤 관계는 지속되고 어떤 것은 단절된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삶에서 첫째로 요구되는 것이 그리스도의 향기를 주위의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라 하는데 신앙의 영역에서의 향기는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고 영원으로의 길에 동행하기 위해서 하나되는 마음이다. 세상에서 아무리 좋은 것이라 여겨지더라도 살아오면서 몸에 뿌린 향수냄새 같은 것은 먼저 지워버려야 한다. 좋은 향기를 풍기기 위해 모든 규범과 규례를 잘 지키고, 물질을 선한 일에만 쓰고, 말씀의 진리를 학습하고 전하는 일에 정성을 기울이면서 이만하면 됐을까 할 때 우리는 자랑과 교만의 덫에 걸리고 만다. 나의 향기가 하나님의 향기를 밀쳐버릴 염려가 있다.

꽃들은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면서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동양란이 사랑 받는 것은 자태도 고우면서 은은한 향기가 멀리 퍼지는 까닭이다. 자기발현의 의욕에 끝이 없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향기로, 나아가 자기의 의로써 앞을 다투기로 들면 하나님의 나라는 날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인간 최고의 미덕인 겸손과 온유, 이는 바로무취(無臭)’의 향기이다. 교회에서 밤낮없이 듣는 낮아지라, 내려놓으라, 비우라는 말씀은 자신의 냄새를 없애라는 명령과 통한다.

기독교인의 향기란 그냥 내가 가정에, 회사나 정부 어느 부서, 학교에 있음으로 해서 그 곳에 화평을 이루는데 도움이 될 때 조금씩 풍겨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교회 안에서도 자신을 감추는 무취의 향기가진짜’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임을 이제야 겨우 깨닫는다.

김명식 장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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