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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의 손님들
[[제1593호]  2018년 5월  5일]


사람의 얼굴은 어디까지 진심을 드러내고 얼마만큼 거짓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일까? 지난 4 27일 오전 9시경부터 그날 저녁 9시 반까지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그의 아내, 여동생 등이 한반도 휴전선상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머무는 동안 이 물음이 계속하여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모든 사람에게는 속 마음과 다르게 말하는 즉 거짓말을 하는 능력이 있고 가슴과 연결되어 감정을 나타내게 되어 있는 얼굴도 어느 정도 이를 감추거나 전혀 다른 표정을 짓는 것이 가능하다. 정치인과 배우는 보통 사람들보다 이런 능력이 탁월하다고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그러한 연기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간파하는 능력이 있어서 배우는 잘하면 인기를 얻게 되고 정치인은 잘못하면 파멸에 이른다.

그날 김정은이 군사분계선을 걸어 넘어와서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는 것으로 시작해 그가 12시간 만에 다시 북으로 돌아갈 때까지 우리는 여러 인상적인 장면들을 TV화면을 통해 목격했다. 남과 북의 판이한 체제를 대표하는 두 사람이 시종 미소를 띠며 대화를 나누고 공동선언문에 서명하여 서로 문서를 교환하고 각기 배우자와 고위보좌관을 대동하여 만찬을 함께하고 어둠 속에서 레이저 쇼를 감상하고 헤어지는 훈훈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의 마음에는 대체로 두 가지 극단적인 생각이 교차했을 것이다.

하나는 이 모든 행위와 말이 100퍼센트 진실한 것이고 거기에 담긴 약속들이 또한 완전히 실현되도록 두 사람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노력할 것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는 바람이고 다른 하나는 전부가 동상이몽의 연극에 불과하다는 비관론이다. 12시간 동안 김정은과 마치 부산이나 대구에서 올라온 여느 중산층 여인들 같은 모습으로 그의 아내와 여동생이 그려낸 인상은 보는 이들의 생각을 전자의 방향으로 기울게 하는 얼마간의 효과를 가져왔다.

반면에, 19세기 후반 이래 공산당이라는 이름의 무리들이 엮어낸 긴 기만의 역사와 가까이는 1990년대 이후 북한이 전 세계의 눈과 귀를 속이며 필사적으로 매달린 핵·미사일 개발의 과정은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후자에 머물게 한다. 북의 작은 독재자를 바라보는 우리 눈은 그의 만화 같은 모습 뒤에 2012년 집권 직후의 고모부 장성택 제거와 작년의 이복 형 살해라는 두 가지 끔찍한 이력을 본다. 장성택의 잔혹한 처형은 가짜 뉴스에 불과하고 사실은 그가 북한땅 깊은 산속에 유배되어 있다고 그리고 김정남의 독살은 평양의 과잉충성자들 소행이라고 세상이 믿어주기를 판문점의 김정은은 온몸으로 호소하는 듯했다.

12시간 김정은과 대좌하는 동안 어떠한 생각을 가슴에 두고 있었을지, 사람 좋은 우리 대통령이 혹 지난 6년간 김정은이 상당한 성숙·순화의 과정을 지내왔을 거라고 믿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무신론자, 유물론자들의 세계에 대하여, 특히 인간성의 문제에 관해 우리는 오해하기 쉽고 그 결과는 참담하다. 우리는 하나님과의 영적 소통을 바탕으로 양심을 가지고 선의에 집착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이를 역이용하려 든다. 오직 물적 이익에 대한 그들의 끝없는 욕심과 힘 앞에 무릎 꿇는 본성에 대한 치밀한 계산으로 오늘의 싸움을 해 나가야 한다.

김명식 장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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