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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2호]  2018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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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과 교만
[[제1605호]  2018년 8월  4일]


계속되는 무더위가 매우 고통스럽다. 해변의 피서객들을 제하고 땅 위의 모든 사람들이 허덕이며 이 여름이 지나가기를 고대하고 있다. 교회의 여름수련회는 방학 기간을 이용해야 하기에 교사나 참가 학생들이 많이 힘들겠다. 연일 기상관측상 기록갱신을 보면서 이 또한 오늘에 사는 사람들의 연단을 위한 섭리의 일단임을 느낀다.

인간에게 가장 큰 고통은 전쟁인데 혹서와 혹한 속의 전쟁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6.25 침략이 1950년 한여름에 있었기에 무더운 여름이면 그 전쟁이 생각난다. 8월 낙동강 교두보의 치열한 전투에서 얼마나 많은 피가 강물에 뿌려 졌는가. 그 해 겨울은 또한 유례없이 추워 한국군과 미군이 함경도 지역에서 극한상황을 겪으며 막대한 희생을 치렀다.

큰 고통은 정신과 육체에 상처를 남기지만 이를 잘 극복한 사람의 인생에는 귀한 자산이 된다. 실패한 전쟁인 월남전은 미국 사회에 엄청난 후유증을 안겨주었으나 영웅적인 인물들도 탄생하여 이들 중에 정치 지도자들이 등장하는 것을 본다. 한국전쟁은 당시 3천만 인구를 최악의 고난으로 몰아넣었음에도 오히려 민족의 잠재력을 크게 신장시켰다.

이 땅에서 전쟁이 그친 뒤 권위주의 통치가 계속되었고 이와 병행하여 반독재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 많은 젊은이들이 고난을 겪었다. 1960년의 4.19, 20년 뒤의 광주항쟁 때에는 각각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나라에 민주적 질서가 자리잡은 이후에도 급진적 이념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저항을 계속했다. 이들에게는 항시 타도해야 할 대상이 있었고 이기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면서 소위운동권’이라는 사회적 라벨을 만들어 냈다.

진보세력이 집권한 대한민국을 두고운동권 출신들의 세상’이라고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이들이 이제 저항에서 책임으로 자리를 옮기는 과정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보수세력과의 경쟁에서 국가 운영의 경험과 실적으로는 우위에 서기 어려우므로 과거 정치투쟁에서의 고난을 통한 연단을 과시하려 하는 것이 우리나라 진보진영의 특색이다.

보수를 표방하는 반대자들을 향해 예컨대 국회의 발언대에서 이들은우리가 정치·사회 개혁을 위해 몸바치는 동안 당신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하고 묻는다. 이러한 말을 들으면서 과연 이 자부심의 근거는 온당한가 의문을 갖는다. 당국의 사찰과 단속을 피해 다니고 때로는 붙잡혀 심문을 받고 국법을 위반한 것이 인정되어 형벌을 받은 것이라면 이는 개인적 권력의지의 결과에 다름 아니요정의의 실현’을 위한 고난이라 한다면 주관적 수사에 불과하다. 국가 단위의 고통은 이 땅에서 60여년 전 전쟁으로 끝난 옛날 얘기가 아니고 비핵화라는 21세기 최대의 세계적 과제를 일선에서 실행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지속되는 현실이다. 최전방 고지 가마솥 같은 진지 안에서, 논산 신병훈련소 사격장 사선에서 이 여름날 땀을 쏟고 있는 젊은이의 고통이 숭고해 보이는 것은 감내하는 자세에 다른 아무 것도 끼어들지 않으며 오직 사명에 대한 겸허한 순종만이 있기 때문이다.

예수의 십자가상의 고통을 아는 우리는 감히 무엇을 얻기 위해 고통을 당한다는 말을 입밖에 내지 못한다. 고난을 무슨 훈장처럼 내세우며 보상을 구하고 남을 정죄하면 돌아오는 것은 세상의 불신뿐이다. 모두가 힘든 계절에 이런 교만이 더욱 부질없어 보인다.

김명식 장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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