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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믿고 사는데
[[제1616호]  2018년 10월  27일]


우리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정의를 믿지만 이 땅에서는 법을 믿고 산다. 어두운 골목길에서도 나를 지켜주는 법, 구체적으로는 파출소와 경찰관 그리고 그들이 들여다보고 있을 CCTV를 믿고 두려움 없이 걸어간다. 미운 놈이 있어 때려주고 싶어도 법이 폭력을 금하기에 참는다. 그런데 그 법이 요즈음 이상하게 돌아간다.

일본 식민지 시대에 셈이 빠르고 배포가 큰 사람은 장사를 해서 큰 돈을 벌어 일본 사람한테 기죽지 않고 잘 살면서 독립운동가들을 몰래 돕기도 했다. 머리가 좋은 사람은 법률가가 되어 그들의 법일망정 법을 가지고 동족을 보호하려 애를 썼다. 안중근, 윤봉길의사에 대하여 일제는 재판 절차만은 제대로 했다. 그들의 제국주의 침략은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었으나.

대한민국 건국에 따라 이 땅에도 법치주의 즉 법의 지배가 민주주의 체제의 기본으로 자리잡았다. 소위 법조삼륜이라고 하는 법원, 검찰, 변호인으로의 진입 절차는 공정 투명했고 박정희 시대의 극심한 지역차별 아래에서도 법조계의 인적 구성은 균형을 유지했다. 오히려 호남 출신 우세현상마저 보일 정도였다. 산업화에 따라 빈부격차가 늘어나면서유전무죄’, ‘무전유죄’니 하는 부조리가 범사회적 비판의 도마에 올랐지만 정치권력이 법집행에 검은 손을 뻗치는 일은 드물었다. 인혁당 사건 같은 사법살인의 예는 독재정권의 단말마적 비행이었다. 그런데민주화’된지 30여 성상 오늘 우리는 어떠한 검찰과 법원을 바라보고 있는가?

사회의 이념적 양극화가 이렇게 법원까지를 집어삼키게 될지 상상하지 못했다. 또한 이 나라의 검찰조직이 이처럼 철저하게 집권세력의 손발이 되어 과거의 권력을 단죄하는 작업에 매진하면서 미래의 도전세력의 씨를 말리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을 줄 몰랐다. 이들의 법집행은 이미 죄와 형벌 사이의 타당한 균형을 깨뜨리고 국민들의 의식에서 법을 통한 정의실현의 기대와 신뢰를 거두어가고 있다.

박근혜 직전 대통령은 여러 가지 죄목으로 1, 2심에서 33년 형을 선고 받고 상고를 포기했으나 검찰이 더 중한 형벌을 구하며 상고하여 대법원의 최종판단을 기다리고 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1심에서 15년 징역에 처해졌으나 검찰과 각기 항소하여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다. 그밖에 이들을 도와 전 정부에 참여했던 여러 사람들에게 단죄의 서릿발이 내리고 있어 연일 누구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이니 압수수색이니 하는 보도가 아직도 끊이지 않는다. 이런피의자’들 중에는 전직 국가정보원장 3인이 포함되어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재임 중 과오와 사실상 무기징역인 형량 사이에서 합리적인 균형을 발견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부와 여당 인사들 가운데는 상당 수가 그런 생각일지 모르나 그들은 지난해의 소위 촛불혁명에다 1960 4.19의거 또는 1987년의 6월 항쟁 수준의 역사적 가치를 부여하는 무리를 범하고 있다. 헌법조항 한 줄 안 바뀌었는데 무슨 혁명인가? 또 어떤 이는 박근혜 시절의 국정농단이 국민에 끼친 고통의 총량을 계산해보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어떤 논지로도 정치보복, 사법정치라는 판단에 맞서기 어려울 것이다.

본디오 빌라도는 자기는 예수의 십자가형에 책임이 없다 말하며 손을 씻고 들어가 버렸다. 오늘 이처럼 손을 씻고 싶은 사람들도 사실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김명식 장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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