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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그리고 바이러스
[[제1688호]  2020년 5월  23일]

영화이론을 수학하고 대학에서 영화학과 미학을 강의하는 임택 교수를 통해 철학과 인문학을 통해 시대와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사람들마다 공포심을 느끼는 대상엔 차이가 있다그중에 농경민족과 유목민족 그리고 동양과 서양의 공포가 다르다문명이 발전하면서 경험했던 위협적인 존재나 상황의 특징이 각종 공포 장르에 그대로 드러나는데 이런 경향성은 공포 영화 속에서 더 명확히 그려진다


코로나바이러스19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영화 속 귀신들은 특정한 대상에게만 공격성을 드러낸다농경사회의 폐쇄적인 공동체는 환경적인 자원을 나눠 가져야만 하는데 만약 욕심이 많은 누군가가 독점한다면 그 공동체는 무너질 수밖에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귀신은 대개 약하거나 탐욕스러운 자들을 주로 위협한다


반면 서양이나 유목민족 사이에선 이방인 혹은 낯선 곳이 공포의 소재로 흔히 활용된다새로운 땅을 향해 이동하는 유목민의 입장에서 낯선 땅은 늘 위협적인 공간이다또한 교역을 통해서 문명을 발전시켜 온 서양사회에서 이방인은 늘 경계의 대상이다

만약 자신들에게 항체가 없는 세균들이나 바이러스를 상대가 갖고 있다면 파멸적 몰살로 이어질 수도 있다그래서 그들은 접촉의 문제에 대해 늘 민감하다그 접촉의 공포를 극대화 한 캐릭터가 바로 요즘 할리우드 공포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좀비’ 캐릭터이다영화 속에서 좀비는 흔히 변종바이러스의 결과물로 그려진다그리고 접촉을 통해서 상대를 죽음으로 이끈다

선악의 개념 없이 그냥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들어간다요즘 좀비물에 대한 관심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글로벌 가치 사슬 아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면서 접촉의 공포를 극대화한 세기말 좀비물은 훨씬 더 활발하게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접촉에 대한 공포감이 최고점을 찍은 상태이다영화 속에서 시체나 다름없으나 살아 움직이는 좀비가 밖에서 활보하는 동안 살아 있는 인간은 좀비를 피해 건물이나 지하 속으로 숨어버린다게다가 좀비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만 이기적인 인간들은 끊임없이 분열하고 다툰다

마찬가지로 무생물과 생물의 경계에 있는죽어 있으나 살아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살아있는 전 세계인을 집안에 가두어 버렸다몸만 격리된 것이 아니라 심지어 마음까지도 갈라 놓았다.


공포 영화 속에서 좀비를 통해 알레고리적으로 재현되었던 것을 우린 지금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실제로 마주하고 있다영화 속 좀비는 바벨탑을 쌓고자 했던 인간의 오만과 이기심이 낳은 결과물이다이를 통해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겸손한 자세 그리고 협력을 다시금 주문한다거대한 자연의 질서 앞에 겸양을 무한경쟁 자본주의 시스템에 이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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