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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건국대통령 이승만 장로 편 - 당시 1년 수출액의 34배 원조를 이끌어낸 탁월한 외교력
[[제1586호]  2018년 3월  10일]


로버트 올리버는 이승만이 40분간 연설하는 동안 박수에 의해서 연설이 중단된 횟수를 세어 보았다. 모두 33번이었다. 연설을 마친 이승만은 미국의 정계와 군부, 언론계 지도자들 모두의 기립박수를 받으면서 퇴장했다. 하지만 박수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이승만에게 후회가 밀려왔다. 연설문은 틀림없는 명문(名文)이었다. 연설하는 방식이나 제스처나 영어도 나무랄 데 없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자신을 초청한 미국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행정부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거세당한 소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고 노예를 뜻하는 연약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는 미국 정부를 불쾌하게 하기에 충분한 자극이기도 했다. 훗날 이승만의 강경한 연설은 한미 관계의 불협화음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갔다.

 

미국 대통령에게,

저런 고얀 사람이

두 나라 정상은 두 차례의 정상 회담을 가졌다. 730일 백악관에서 2차 정상 회담이 예정되어 있었다.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에 묵고 있던 이 대통령에게 미 국무성 부의전장이 정상 회담 후 발표할 공동 성명서 초안을 들고 왔다. 이 초안에는 이 대통령이 싫어하는 문장이 들어 있었다. ‘한국은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 우호적이고라는 대목이었다. 이것은 일본의 재침략을 경계하고 있던 이승만이 동의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이 대통령은 즉각 참모들을 불러모았다. 이승만은 회담 자체를 보이콧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약속 시간인 10시를 지나자 백악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다급해진 측근들이 그래도 회담은 하셔야 합니다라고 설득했다. 결국 이 대통령은 10분쯤 늦게 백악관의 회담장에 도착했다.

아이젠하워는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승만에게 한일 국교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격분한 이승만은 단호하게 받아쳤다. “내가 살아있는 한 일본하고는 상종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쓰기 어려운 말이요, 외교적인 관계에서는 막말이었다.

아이젠하워는 화를 벌컥 내면서 일어나 옆방으로 들어갔다. 이 대통령은 이때 아이크의 등을 바라보면서 소리쳤다. “저런 고얀 사람이 있나. 저런.” 다행스럽게도 이 말은 통역되지 않았다.

아이젠하워는 가까스로 화를 식히고 회담장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이 대통령이 일어났다. “외신기자 클럽에서 연설하려면 준비를 해야 합니다. 먼저 갑니다.” 다른 나라 지도자가 미국 대통령을 기다리게 하고, 심지어 앉혀 놓고 먼저 일어나버린 사례는 이것이 유일할 것이다. 대통령들은 싸웠지만 실무자들은 회담을 계속했다. 결국 미국은 군사원조 42천만 달러, 경제원조 28천만 달러, 도합 7억 달러의 원조를 약속했다. 이 액수는 훗날 1억 달러가 추가되어 8억 달러가 되었다.

그 당시에 8억불이라는 액수는 엄청났다. 1954년 당시 우리나라의 수출액이 2400만 달러였다. 일 년 내내 전 국민이 일해서 물건을 만들고 외국에 팔아서 벌어들인 돈의 34배를 이승만이 미국으로부터 공짜로 받아냈으니, 탁월한 외교력이다. 원조가 없이는 살기 어려웠던 우리에게는 생명수나 다름없었다.

사실 아이젠하워도 인간적으로는 이승만을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그 노인을 측은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나라를 통일시키기를 원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달성하기 위하여 그가 전쟁을 시작하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결과는 너무나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완고한 노인이기 때문에 나는 우리가 언제까지 그를 붙잡아 둘 수 있을지의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측근인 제임스 해거티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자신의 조국을 통일시키려는 애국자의 마음을 아이젠하워라고 모를 리 없었다. 동시에 미국 대통령으로서, 더 이상 한국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정치적 입장이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인류 역사상 유래를 찾기 어려운 현상이 일어났다. 주한미군이 자발적으로 인질이 된 것이다. 이것이 소위 인계철선(引繼鐵線,trip-wire)’의 개념이다. 본래 인계철선이란, 폭탄과 연결된 가느다란 철선을 의미한다. 적의 침투로에 설치하여 적이 건드리면 자동적으로 폭발하는 장치이다.

인계철선의 핵심은 적의 침투로자동 폭발이다. 이 개념에 따라 미군 제2사단을 북한군의 주요 예상 남침로인 한강 이북 중서부 전선에 집중 배치했다. 북한이 쳐들어 올 때 마군과 맞닥뜨리도록 한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자동적으로 참전하게 된다. 해외의 미군이 공격을 받으면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 없이 전쟁을 선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자 그대로 미군을 최전방에 지뢰처럼 깔아 놓는다는 말인데, 이것은 한국이 요청한 사항이 아니다. 미국이 자발적으로 인계철선 역할을 맡겠다고 제의했다. 그 이유는 북한의 남침을 막는 동시에 이승만의 북침을 막기 위해서였다. 북한군이 밀고 내려와도, 남한군이 치고 올라가려고 해도 미군을 통과할 수밖에 없도록, 길목을 지키는 전략이었다.

반공포로 석방으로 호되게 당한 아이젠하워가 또 한 번 당할 수는 없다는 절치부심(切齒腐心)에서 이런 희한한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로써, 인류 역사상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 즉 강대국이 약소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최전방에서 지뢰가 되고 인질이 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약소국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 한미동맹

이승만과 로버트슨, 덜레스, 아이젠하워의 연속회담으로 한미 동맹은 구체화되어 갔다.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으로 한국의 안전은 보장되었고, 1954년 합의 의사록으로 군사 및 경제면에서의 대규모 지원이 확정되었다. 한국은 전후 복구에 필요한 경제적 지원과 함께 한국군을 72만 명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는 군사 원조도 받을 수 있었다.

 

김일영은 이를 삼위일체

3+1 구조로 설명한다.

정전(휴전) 협정, 한미상호 방위 조약, 합의 의사록이 3에 해당되고 인계철선이 1이 된다. 정전협정으로 전쟁을 중단하고 한미 상호방위조약으로 북한의 남침을 막고 한국의 안전을 보장한다. 합의 의사록으로 군사, 경제 원조를 제공하며 인계철선으로 한국의 북침을 저지하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 역사상 유래가 없었던 장기간의 평화가 찾아왔다.

이호 목사

<신안산대 겸임교수 거룩한 대한민국 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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