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선교-소명의 사이렌] ‘성경 읽기’ 위해 촛불 훔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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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19일 대한민국 사법부의 이름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지던 때 필자는 혼자 조용히 기도했다. 한 나라의 운명과도 연결된 중대한 판결 앞에서, 인간의 법정 위에도 하나님의 공의(公義)가 임하기를 간구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판결의 내용과 그에 담긴 여러 표현을 접하며, 신앙인으로서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과연 어떤 기준으로 정의를 말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의 정의는 과연 성경의 빛 아래 서 있는가 말이다. 

그 판결문에 인용되었던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쳐서는 안 된다”는 구절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말은 본래 서구 유럽의 기독교 전통에서 전해 내려오는 격언으로서, 아무리 거룩한 목적이라 할지라도 그 수단이 정당하지 않으면 의로울 수 없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는 단지 도덕적 충고가 아니라, 기독교 윤리의 핵심을 언급하는 내용이다. 

성경 역시 같은 원리를 분명히 한다. 사도 바울은 “또는 그러면 선을 이루기 위하여 악을 행하자 하겠느냐 그럴 수 없느니라”(롬 3:8)고 단호히 말한다. 하나님 나라의 의는 결과 중심의 계산이 아니라, 과정까지 포함하는 총체적 의라고 할 수 있다. 출애굽기에서 십계명은 “도둑질하지 말라”(출 20:15),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출 20:16)고 명령한다. 정의를 주장하면서 정직을 어긴다면, 우리는 이미 하나님의 계명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법의 역사(歷史) 역시 이 원리를 증언해 왔다. 근대 입헌주의는 권력을 제한하고, 절차를 명문화함으로써 자의적 판단을 막고자 했다. 법은 감정이 아니라 논증으로, 여론이 아니라 증거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 위에 세워졌다. 그러나 역사는 동시에 우리에게 또 다른 교훈을 준다. 형식적 절차가 갖추어졌다고 해서 언제나 실질적 정의가 구현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20세기 유럽의 비극적 역사 속에서 우리는 합법의 외피를 두른 채 인권과 양심이 짓밟힌 사례들을 보았다. 그 경험은 법이 단지 제도적 장치에 머물지 않고, 도덕적·영적 토대 위에 서야 함을 일깨운다.

그렇다고 해서 신앙인이 법 자체를 부정하거나 질서를 경시할 수는 없다. 사도 바울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께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롬 13:1)라고 말한다. 이는 맹목적 추종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무질서와 폭력을 경계하는 교훈이다. 법치는 공동체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질서이며, 신앙인은 그 질서를 존중하는 가운데 비판과 성찰을 감당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의 태도이다. 우리는 때로 ‘더 큰 선’을 위해 ‘작은 불의’를 용납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그러나 하나님은 중심을 보신다(삼상 16:7). 우리의 언어, 우리의 방식, 우리의 태도까지 살피신다. 정의를 외치면서 분노에 사로잡히고, 진리를 말하면서 상대를 악으로 단정한다면, 우리는 이미 말씀의 빛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빛은 하나님께로부터 나온다. 빛은 훔쳐 얻는 것이 아니라 은혜로 받는 것이다. 촛불을 훔쳐 성경을 읽는다는 비유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큰 물음을 던진다. 나는 과연 정직한 빛 아래 서 있는가. 나는 말씀을 도구로 삼고 있지는 않은가. 혹시 내 주장과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성경을 인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말이다. 

빛은 어둠과 싸우기 위해 어둠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빛은 스스로 빛남으로써 어둠을 물러가게 한다.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역사적 현실은 복잡하고 갈등이 깊다. 그러나 교회는 세상의 갈등을 확대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말씀으로 자신을 먼저 비추는 공동체여야 한다. 우리의 최우선은 언제나 하나님의 의에 기초한다.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결국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영적 성찰의 요청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거창한 승리가 아니라 정직한 순종이다. 

빛은 도둑질로 얻어지지 않는다. 말씀 안에 거할 때, 그 말씀이 우리 안에서 스스로 빛이 된다. 우리가 그 빛 가운데 행할 때, 인간의 법정이 완전하지 않을지라도 하나님의 공의는 여전히 역사 속에서 일하실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음이야말로, 혼란한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이 붙들어야 할 가장 분명한 등불이 될 것이다. 

김성제 시인

<소방청 인천부평소방서, 재난과학박사, 우리응답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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